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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와 고등학생의 '사랑'이라니, 소재만으로도 논란이 될 법하다.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사랑이 아닌 섹슈얼한 무엇이 있으니 더 그렇다. 영화 '여교사'다. 아마도 당분간 손에 꼽히는 파격적이거나 충격적인 결말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문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람 좋고, 실력 좋은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는 정교사가 되길 원하지만 녹록지 않다. "임신과 출산 시 퇴출당해도 된다"는 계약에 동의하고 돌아온 날, 동거하는 남자친구(이희준)는 뒹굴 거린다. 소설가 지망생 남친은 하는 일이 없는데도 혼자 밥도 못 챙겨 먹고, 빨래도 제대로 하지 않는 '민폐남'이다.
임시 담임까지 맡게 돼 신경질이 난 효주. 그는 무용 특기생 재하(이원근)와 대면하고, 왠지 모를 감정에 신경이 쓰인다. 와중에 재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이 부임한다. 새파란 이 신입은 이사장 딸이라는 이유로 정교사 자리를 꿰찬다. 생글생글 웃는 혜영은 학교 후배라며 친한 척을 하는데, 효주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거리를 두려고 하건만 친한 척을 한다. 특히 다음 정교사 자리는 자기 것이었는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 마음이 상할 대로 상했다.
효주는 계약직의 무기력함에 열등감과 패배감을 느끼지만 자존감만은 지키려 하루하루 노력한다. 어느 날, 재하가 혼자 훈련하는 체육관에 들른 효주는 재하와 혜정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목격한다. 항상 을의 처지였던 효주는 주도권을 잡았다는 생각이었는지 혜정에게 조용히 충고한다. 하지만 효주의 생각대로 일은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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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주는 그저 무용특기생이었을 뿐인 재하와 선생 혜영의 관계를 목격한 뒤 점차 다른 감정에 휩싸인다. 단순한 사제지간이었던 관계는 효주도 모르는 사이에 깊어진다. 제자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 개인 발레 교습도 알아봐 주는 등 애정을 쏟았으나 관계는 변질되고 만다. 누구의 잘못일까. 선생은 학생을 잘 가르쳐야 하지만 두 선생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한국의 여전한 계급사회에서 효주는 자유롭지 못했다.
김하늘이 연기한 효주의 감정에 따라가지 못하는 이도 있을 테다. 물론 재하를 향한 그 알 수 없는 끌림에 수긍한다면 그 감정에 몰입해 끝까지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김태용 감독은 이런 문제에 전혀 빠질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여교사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처절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담으려 한 듯하다. 그 의도는 이해할 수 있겠으나 우리 사회에서 민감한 문제를 다뤘기 때문인지 깊은 생각은 쉽게 전해지진 않는다. 계급 문제는 둘째다. 학생과 교사의 부적절한 관계 자체를 문제로 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게 교내 성희롱, 성추행 문제다.
부족한 것 없이 자란 혜영도 성인이라고 할 수 없고, 재하 역시 영악한 아이다. 아무리 무용에 재능과 실력이 있더라도 이런 자아를 가진 학생이라면, 어려도 비난을 받아야 한다. 세 사람 모두 밉다.
중반 이후 드러나는 상황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효주가 이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은 충격적이다. 열등감, 열패감, 굴욕감 등을 꾹꾹 눌러 참았던 효주는 한순간에 돌변해 분노를 폭발시킨다. 몇몇은 인상을 찌푸리게 할 설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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