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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작가 감독이 빚어내는 드라마는 현대 대중문화를 이끄는 큰 축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배우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스태프들의 손길이 잘 닿아야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 배우 최원영(본명 최성욱·41)은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화랑'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출연했다. 지난여름 사전 제작된 '화랑' 작업을 끝내자마자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합류했다. 기록적인 폭염을 뚫고, 54부작 주말드라마를 끝내고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는 두 작품에서 시대와 역할을 뛰어넘어 제작진이 바라는 캐릭터를 그렸다.
"공교롭게도 같은 방송사에서 두 작품으로 1년을 보냈네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도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일 듯합니다. 너무 더웠던 여름에 촬영하느라고 고생했고, '월계수'를 촬영하면서 추운 겨울까지 보냈죠. 아쉬운 것도 있지만, 작품들을 즐겁게 잘 마쳤어요. 종영 후 인터뷰를 하는 게 낯부끄럽긴 하지만(웃음)…두 작품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최원영은 '화랑'에서 선우(이광수) 아로(고아라) 아버지이자 지소(김지수) 태후와 애증으로 얽힌 안지공을 연기했다. 작품의 제목처럼 신라 진흥왕 시절 화랑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됐다. 최원영은 20대 남자 배우들 속에서 중심을 잡아가면서 무명(박서준) 아로의 뒤를 도왔다. 완전 사전 제작돼 '구르미 그린 달빛'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으나 시청률 성적은 아쉬웠다.
"사전 제작된 '화랑' 촬영 후 시간이 흘러 방송으로 처음 봤죠. 제작환경이나 방법 등이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어요. 제작 기간에 촬영을 끝내야 했기 때문이죠. 더 여유롭거나 시간이 많았던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더 빠듯하게 촬영했죠. 시청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살필 수 없긴 했지만, 그동안 드라마 촬영 환경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느낀 것 같아요."
젊은 연령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화랑' 이후에는 전 연령층이 TV 앞으로 모이는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힘을 보탰다. 최원영은 가요대상 신인상까지 받았던 왕년의 스타에서 한물간 비운의 가수가 된 성태평으로 변신했다. 장발에 가죽재킷을 입고 기타를 맸다. 신라 전통의상을 벗고 록 스피릿 충만한 캐릭터로 단숨에 옷을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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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긴 드라마였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별다른 일 없이 모든 사람이 팀워크를 갖고 동고동락했어요. 예상보다 시간이 훌쩍 흘러갔죠. 지칠 법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촬영이 끝날 무렵에는 서로 아쉬웠어요. 그만큼 배우들과 돈독해지면서 즐겁게 촬영했죠. 장편드라마의 맛을 다시 느낀 작품이었어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첫 촬영은 '화랑' 후반부 작업과 겹치기도 했다. 최원영은 넉넉하지 않은 시간에도 성태평의 삶을 새로 살기 위해 준비했다.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다"고 했지만, 록커에 성태평만이 가진 특징을 채워 넣었다. 패치를 덧댄 의상과 손짓도 준비했다. 등장인물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그 만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캐릭터에 접근하거나 풀어가는 것은 배우의 숙명이자 사명감과 같아요. 같은 캐릭터도 누가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어떤 공식이 있는 건 아녜요. 캐릭터만이 아닌 작품 전체를 보려고 노력하죠. 작가의 의도를 살피고, 그 안에서 인물과 장면이 나뉘고, 신이 나타나고, 대사가 생겨요. 배우가 점점 좁혀가면서 이유를 달아가는 거죠. 작가가 공들여 쓴 극본 이상으로 인물을 해석해야 멀리 있어도 작가와 서로 일치되는 겁니다."
무대디자인을 전공한 최원영은 배우도 '쓰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작가 감독의 의도를 전체 틀 안의 도구로써 표현해야 비로소 그림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핑크색 포인트로 그림을 확 살리려는 의도의 도구가 검은색으로 넓게 색칠하면 작품을 망치는 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다른 배우의 색깔과 덧칠되면서 드라마가 완성된다고 했다.
"쓰임새를 명확하게 하는 배우들이 멋있고 명쾌해요.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처럼 간단하지만 명쾌해야 하죠. 그 속에 오묘한 것들이 들어있으면 거장이 되는 거라고 봐요. 배우의 연기가 섬뜩하게 작품 앞으로 나오는 순간들이죠. 그게 곧 전체를 보게 하는 이유예요. 모래 속에서 진주를 발견할 때의 기쁨이나 반짝임. 그 맛을 본 대중의 신선한 기쁨. 배우의 쓰임새이자 몫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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