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영화 ‘동주’ 이후 충무로의 주목 받는 신예 스타로 떠오른 배우 박정민. 2011년 ‘파수꾼’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그는 데뷔 이후 다수의 저예산‧독립 영화에 출연하며 필모를 쌓았다.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영화 ‘동주’를 만나기 전 연기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격한 슬럼프를 겪었다는 그였다.
‘동주’ 이후 쏟아진 관심과 극찬 사례, 이전과는 또 다른 고민들이 그를 엄습했다고. 그는 무거운 부담감 속에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아티스트’ 촬영에 임했다. 당시, 자신의 내면의 깊은 고민과 거짓말처럼 맞닿아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단다.
6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탄탄한 내공에 뚜렷한 개성까지 입힌, 누구나 한 번쯤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굿 배우’ 박정민을 만났다.
그는 신작 ‘아티스트’에 대해 “소재는 ‘미술’이지만 결국 예술 전반적인 바운더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고민을 다룬 작품이라서 너무 좋았다”며 소개했다. 이어 “성공을 위해 소신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 어느 정도는 현실 타협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 마련이기에 그런 고민들이 실제 나의 방황과 혼란에 맞닿아 있어 용기를 내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동주’를 촬영하기 전엔 슬럼프가 워낙 극심한 상태라 연기를 그만 두고 도피 유학을 계획했었어요.(웃음)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내가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들었고 불만도 많았어요. 막상 ‘동주’ 촬영을 시작하고 이준익 감독님과의 나눈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죠. 제가 얼마나 연기를 좋아하는 지.”
덕분에 ‘아티스트’에 대한 자신감, 도전 의식도 가질 수 있었다는 그였다. 그는 “‘동주’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작품이라면 ‘아티스트’는 배우로서의 삶에서, 현실과 스스로의 가치관 사이에서 내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아티스트’는 눈을 ‘뜨고’ 나니 세상을 발칵 뒤집은 ‘아티스트’가 돼버린 미술가 지젤(류현경)가 그녀를 ‘뜨게’ 만든 갤러리 대표 재범(박정민)의 이야기다.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1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무명화가 지젤은 성공을 눈앞에 두고 돌연 심장이 멎는다. 세상은 그녀를 쉽게 알아보지 못했지만 재범은 한 눈에 그녀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그녀의 작품을 세상에 알린다.
하지만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림은 유작 프리미엄이 붙으며 값이 치솟고 지젤을 등단시킨 재범은 자신 만의 방식으로 탄탄대로를 걷는다. 하지만 돌연, 지젤의 심장은 다시금 뛴다.
영화는 죽었던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예술가의 본질과 예술의 가치, 의미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과 풍자를 세련되게 담아낸다. ‘예술’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그 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이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시장의 논리를 거침없이 꼬집는다.
“영화에 비유를 하자면 제가 지젤 같은 사람이고 나를 통해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딜레마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들도 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있겠지만, 제가 100% 다 맞춰 추고 충족시켜 줄 순 없으니 는 혼란스러운 지점이 있었죠. 연기적 고민을 더 치열하게 해야 하는데 이런 외적인 것들이 나를 혼란에 빠트린다는 게 힘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었죠. 제가 실제로 고민하고 있는 문제니까요.”
그는 자신의 ‘소신’에 대해 “배우가 한 작품에 합류해 완성하고 관객 분들에게 선보이기까지 많은 것들을 신경써야하고 챙길 게 많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우선 순위를 매긴다면 내가 맡은 캐릭터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한 메시지, 이 장면, 이 대사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가 가진 진정성을 최우선으로 관객들에게 그 진심을 전하는 게 가장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지만 함께 공유하고 나누고 토론할
박정민 류현경 주연의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오는 9일 개봉한다.
사진 강영국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