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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연기는 내면에서 나오는 건데 원래 너한테 그런(악한) 면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하하하."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은 '순딩'한 얼굴을 가진 임시완의 다른 모습에 뒤통수를 맞을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배우 박병은의 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과장(진구) 식구들을 만나 모든 것을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해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박병은은 사기꾼 패밀리 가운데 행동파 박실장을 연기했다. 선의 반대편에서 제대로 악한의 모습을 표출한다. 장부 하나로 사람을 미친 듯 패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인터뷰 전에 모서리가 있는 책 같은 종류는 모두 치워야 안심할 정도다.
박병은은 사람들이 본인의 캐릭터를 욕하는 게 즐거워 보였다.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기 때문일 게다. 또 본인 자신도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극명하게 드러나 기분이 좋다. "크게 소리 지르고 인상 찌푸리며 과하게 행동하는 악한의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어서 좋았거든요. 새로운 악역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런 게 보인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박병은은 주인공이 아니기에 보이지 않는 박실장의 전사를 고민했다. 가지들을 다 쳐내고 이 캐릭터의 몸통만 생각했다. "돈과 권력에 대해 숨기지 않는 야욕을 가진 인물" "원하는 것을 얻으려 달려가는 폭주기관차" 등등. 작품에 들어갈 때 본인의 연기 수첩을 참고하는 등 캐릭터 연구에 몰두하는 그는 감독과 상의해 많은 부분을 채워갔다. 그 결과 눈에 띄는 박실장을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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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욕심 없이, 또 기복 없이 꾸준히 연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암살' 전 2년 정도 일이 없었단다. 슬럼프였다. 그 당시, 사기와 대출을 다룬 '원라인'의 소재처럼 그도 몇 차례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중고장터 거래를 했는데 돈을 떼였다는 것. 그는 "평상시에 절대 안 속는 스타일"이라면서도 "절박한 상황에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지 않나? 휴대폰 요금 내고, 밥도 먹어야 하는데… 자전거 판 돈 10만원을 못 받은 게 한이 된다"고 과거 생각이 났는지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아마도 좋은 지인들이 있어서인 듯싶다.
그는 과거 어려웠던 이야기를 하며 배우 배성우와 황인호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내게는 큰돈을 선뜻 빌려준 분들"이라고 웃었다. '암살'이 박병은에게 의미가 깊은 또다른 이유는 나름의 빚 청산을 하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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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궁금증 하나. 그렇게 친한데 하정우는 선배가 힘들 때 어떤 도움을 줬을까. 박병은 "내가 힘들었던 그때에도 정우군을 만날 때면 우리는 웃기고 웃고 싶은 관계였다"며 "절대 내 개그의 본능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유머러스한 답을 이어갔다. 몇몇 예능 프로그램 선보인 개그 감각이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코미디 장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