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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한국 관객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은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은 대부분 작품에서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렇다. 차스테인이 미국의 유능한 로비스트를 연기한 영화 '미스 슬로운'은 속사포 같이 뱉어내는 대사들 탓 어지러움을 호소할 지경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거대 권력에 맞서 싸우는 슬로운의 전략들은 그가 내뱉는 대사에 기반을 둔다. 대부분의 인물도 많은 대사로 관객을 헷갈리게 하는데 쏘아대는 대사들은 132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긴박감 넘치는 전개를 가능하게 한다. 공수교대가 빨리 이루어지는 스포츠 경기라고 해도 될 듯싶다.
영화는 미국 수정헌법 2조, 총기 규제에 대한 법안 제정과 관련한 전문적인 내용과 대사들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관람에는 하등 상관없다. '속사포 자막 폭격'을 몇 번 놓쳐도 그리 큰 문제도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만 보고 나아가는 로비스트 슬로운. 승리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은 그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차스테인은 로비스트라는 단어가 주는 불쾌감과 거부감을 한국 관객에게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미국은 로비스트가 어느 정도 활성화, 합법화되어 있긴 한다).
잘나가던 로비스트 슬로운이 "총기 소지 허용을 위한 캠페인을 맡아달라"는 보수주의 의원들 요청을 듣고,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것이기에 회사를 떠나 다른 편에 서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로를 잘 아는 찬성과 반대 캠페인 양측은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머리를 굴린다.
이 과정에서 팀원을 못 믿는 슬로운의 독단적인 생각과 판단, 행동들은 과해 보인다. 소위 '재수 없게' 느껴진다. 똑똑하고 자신감 넘쳐 보이기도 하지만 오만해 보인다. 결국 그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회심의 일격을 날릴 전략적 준비였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반전이 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돌지만 그런데도 전율이 느낄 정도다.
이기기 위한 불안함에 불면증까지 생겼고, 경력을 위해 자신의 20대 인생을 고스란히 쏟아부었던 그는 '직업 남성'과의 관계로 일탈을 즐긴다. 그 속에서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그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직업 남성' 포드(제이크 레이시)와 관객만이 아는, '미스 슬로운'의 또 다른 재미다.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아이언맨' 등 마블 시리즈 영화의 블랙위도우와 비슷한 듯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자극한다.
1995년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주인공 메이저는 강력범죄와 테러사건을 담당하는 섹션9의 리더, 일종의 '슈퍼 히어로'다.
스칼렛 요한슨은 잃어버린 과거 기억의 조각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찾는다. 뇌를 제외한 전신이 로봇인 메이저가 온전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원작을 충실히 따르려 노력했다.
존재의 철학적 의미는 적당한 수준(물론 원작 팬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겠지만)이다. 원작을 모르는 일반 대중이 어려워하지 않고 다가갈 수 있다.
과거 획기적인 상상력의 애니메이션은 스크린에 옮겨져 시각적인 재미를 전하지만 20년이 넘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로 파격적이라고 할 순 없다.
'화이트
원작을 넘어서는 작품은 없다는 말은 대부분 맞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역시 이 정도가 최선일 듯싶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