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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천정환 기자 |
그는 바로 매년 ‘여성 의류 부문 연간 매출 1위’를 놓치지 않은 쇼호스트 이수정이다. 롯데 홈쇼핑의 간판 쇼호스트이자, 대한민국 1등 쇼호스트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옷, 액세서리 등 자신의 패션을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근데 놀랍다. 고가의 명품일 것이라 생각했던 옷가지들은 본인이 최근 판매한 저가의 상품들이다. 자켓은 9만원. 톱 여배우들이 레드카펫에서 신을 것만 같은 구두는 10만원이 조금 넘는다.
‘억대연봉의 쇼호스트.’ 약간의 사치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다.
질문이 시작되자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게 털어놨다. 거침이 없다. TV 홈쇼핑 속 이수정과 같이 막힘도 없다. 왜 30~50대 주부들이 쇼호스트 이수정에게 열광하는지 이해가 갔다. 인터뷰 자리에서 어떤 물건을 홍보하며 건넸다면 바로 구매했을 것이다. 시쳇말로 ‘말빨’에 현혹된 것이 아니다. 그의 진심이 전달된 것이다.
‘최고의 쇼호스트’라는 명성을 뛰어 넘어 이제 홈쇼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이수정의 삶을 들여다보자.
◆ “돌+아이 기질이 있어야 한다”
지난 2001년 롯데홈쇼핑(전 우리홈쇼핑) 쇼호스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본격적으로 ‘홈쇼핑 업계’에서 일을 시작한 이수정은 매년 ‘여성 의류 부문 연간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 속된 말로 ‘돌아이’에요. 정상이 아니야(웃음). 그런 기질이 있기에 쇼호스트를 하게 됐고, 또 일을 하다 보니 ‘돌아이’ 기질로 변했어요. 사실 전 예측 가능한 일을 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 성격 탓에 스태프들은 늘 긴장을 하죠. 그런데 홈쇼핑 특성상 나와 같은 성격은 필수 요건인 것 같아요. 늘 똑같은 말만하는 방송은 요즘과 같은 시대엔 통하지 않죠. 시청자와 공감대, 흥미 등 모든 걸 소통해야 돼요. 예측이 불가능할 때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이수정은 졸업 이후 지역 케이블 방송국에 취직했다. 각종 MC, 라디오 진행 등 여러 경험을 쌓은 이수정은 ‘특별한 계기’로 인해 쇼호스트란 직업을 갖게 됐다.
“솔직히 아나운서 특유의 참하고 조신한 이미지는 저와는 어울리지 않았어요. 하루하루 팩트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참 매력이 있지만, 언급했듯 내 성격에 지루할 뿐이었죠.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어느 날, 나와 가장 친했던 기자 언니가 쇼호스트란 직업이 나와 잘 맞을 거라며 콘테스트 접수를 해주신 거예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그땐 단순히 상금에 욕심이 나서 나도 응했는데, 대상을 받았어요. 근데 상금을 받으면 무조건 쇼호스트를 해야되는 건지 몰랐어요(웃음).”
“이후 인사팀이랑 통화를 했는데, 엄청 당황하셨을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죠. 그런데 당시엔 나의 당당함이 큰 무기였죠. 난 ‘단순한 콘테스트인 줄 알았다. 쇼호스트를 할 생각은 없다’라고 말하니, 연봉을 올려주기 시작한 거죠. 이후 통화를 할 때 마다 연봉이 100만원씩 오른 거 같아요.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당시는 돈의 영향도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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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천정환 기자 |
17년 차 쇼호스트 이수정, 그녀는 ‘장사의 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가 열심히 일한 노력의 대가는 ‘억대 연봉’이다. 하지만 이수정이 대한민국 1등 쇼호스트가 되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운 좋게 대상을 받았고, 동기들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을 시작했죠.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동기들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다는 걸 느꼈어요. 당시 한 중소기업의 상품을 판매했는데, 매출이 너무 좋지 않았죠. 방송을 마친 뒤 해당 업체 사장님의 얼굴을 바라봤는데, 눈물을 글썽거리는 거예요.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때 ‘아, 내가 누군가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아직도 당시 사장님의 얼굴을 떠올리면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아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는 사실에 자책을 하며 이 일을 그만둘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만둘 때 그만하더라도 ‘잘했다’라는 소릴 한 번이라도 듣고 사표를 낼 다짐을 했어요. 이후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죠. 아니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어요. 열이 39도까지 올라가도, 팔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독하게 마음을 먹고 공부하며 방송을 했죠. 또 철저하게 업체의 편에 서서 방송을 했어요. 그 사장님의 눈물이 현재의 노력하는 쇼호스트 이수정을 있게 만든 것이죠.”
◆ “여자 이수정은…”
이수정은 하루 24시간 전부를 자신의 ‘일’에 초점을 맞춘다. 취미 활동 역시 ‘현장’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겐 자신만의 보석함이 있다고 말한 ‘미혼’ 이수정은 결혼보다 일을 선택했다. 그에게 보석함은 자신의 홈쇼핑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과의 약속과 신뢰다. 그들에게 최고의 물건을 제공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었다.
“스물아홉 살 때였나, 그때 미팅을 한 번 하고 이후 일에만 몰두하느라 결혼 생각을 안 했어요. 아니 못했죠. 가끔 결혼을 하고 사랑스러운 2세를 가진 친구들을 보면 부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후회하진 않아요. 우스갯소리로 ‘난 일과 결혼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사람은 자신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들에겐 결혼이 우선순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홈쇼핑 쇼호스트로 생활하는 것이 1순위이며, 그 어떤 것 보다 행복감을 느낀답니다.”
홈쇼핑 방송에서 보이는 이수정은 똑 부러지고, 완벽하다. 하지만 평소의 이수정 모습은 전혀 다르다는 게 본인의 설명.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홈쇼핑에 나오는 내 모습을 보면 놀라곤 해요. 일상생활에서의 본모습과는 완전히 딴 판이거든요. 사실 전 멀티플레이를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인지 가벼운 자동차 접촉 사고도 많고, 하루가 머다 하게 물건을 잃어버리죠. 그런데 홈쇼핑 큐 사인이 들어오면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가 달라지는 거 같아요. 오로지 홈쇼핑 방송에만 집중하고, 모든 신경과 촉각을 거기에 쏟아 부어요. 어떤 날은 방송이 끝나고 나면 풀썩 주저앉자 멍한 상태로 있을 때도 있어요. 하얗게 불태운 뒤의 공허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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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천정환 기자 |
쇼호스트 이수정이 늘 좋은 소리만 듣는 것은 아니다. “방송을 같이하는 동료 쇼호스트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수정은 이를 인정했다. 그 또한 자신의 부족함이라고 스스로를 질책했다.
“지적들 또한 너무 감사하죠. 제가 반성하고 고쳐야할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상품 매출이 안 나오면 나와 후배가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 업체가 엄청난 타격을 입어요. 시간과 공간이 정해져있는 전쟁터와 같은 상황에선 오로지 판매 물품에만 집중해야 돼요. 생방송에서는 예측이 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으니 다른 것을 배려할 상황이 안 됩니다. 물론 판매 상품이 100% 손해 볼 상황이 없게 되면 후배들에게 맡기지만. 어쨌든 방송이 끝나고 나면 후배들에게 종종 미안하다는 말도 많이 해요. 인간 이수정이 해결해야할 숙제이기도 하죠.”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우리의 일은 물건을 설명하는 것이 다이다. 빨리 주문을 하라는 강요를 하지 말라’에요.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꼭 매출에만 너무 신경 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방송을 유익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라고 주문을 하는 편이에요. 이 시간에 내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해야 되는 거거든요. 그들에게 좋고, 알찬 정보를 드리는 게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니까요.”
◆‘결정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해…
뉴미디어시대가 도래하면서 홈쇼핑 시장 또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맞춰 이수정 또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넘어 “쇼호스트 이수정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브랜드를 창조하는 것이다.
“앞으로 홈쇼핑 시장은 온라인 쪽으로 다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온라인 홈쇼핑을 통해 철저한 가성비의 시대가 찾아 올 거 같아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검색을 하지 않고, ‘쇼호스트 이수정’이 추천하는 상품을 믿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요즘 결정장애 증후군도 많은데, 중간에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많아 질 것 같아요. 때문에 고객들을 위해 더 노력하고 공부를 할 것이고요. ‘이수정이 추천하는 건 구매해도 크게 손해 볼 일이 없어!”라는 믿음을 주고 싶습니다.”
MBN스타 박찬형 기자 chanyu2@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