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시간 위의 집'이 전하는 공포와 스릴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느껴진다. 오래 전부터 25년 주기로 문제를 일으켰던 집, 그 집 지하실의 문을 연 순간 시작된다. 벽으로 가로막힌 문 뒤에 비밀이 있다. 그 공간 안에 시간도 숨어 있다.
임대웅 감독이 이 영화에서 공간과 시간을 풀어내는 솜씨는 신선한 충격을 전하는 반전은 아니나 매력적인 설정이고 전개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을 죽이고 아들을 유기한 범인으로 몰려 30년형을 받은 평범한 가정주부 미희(김윤진). 이후 25년의 수감 생활 후 병보석으로 집으로 돌아온 미희는 여전히 아들을 찾으려 하고, 그러면서 또다른 일이 벌어진다.
영화는 김윤진이 많은 부분을 이끌어간다. 25년 전 젊은 미희와 현재의 나이든 미희를 오가며 시공간의 갭을 맞춰 나간다. 지점 지점의 빈틈이 김윤진의 연기로 채워진다.
그 때문에 김윤진의 연기를 모성애로만 한정 지으면 안 된다. 미스터리한 면과 스릴러적인 요소, 공포감을 느끼도록 하는 연출과 맞아떨어지는 연기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미희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을 환청과 환각으로 치부했다면 그것도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이다. 물론 모든 걸 의심하는 건 좋다. 복선을 미리 찾을 수도 있고, 궁금증이 하나씩 풀려 나갈 때의 쾌감도 있다.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자 미희가 만신(박준면)을 찾아 굿을 하는 장면은 특히 중요하다. 많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만신이 "눈을 감고 절대 뜨면 안 된다"고 한 뒤 2분여. 극장은 암전 상태가 된다. 속삭이는 듯한 등장인문들의 대사들이 귀를 자극하는데 미희의 공포감 가득한 목소리에 관객도 쫄린다.
이 2분동안 관객은 앞서 전개됐던 이야기를 한 번 더 생각하고, 향후 이야기를 예상할 수 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이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몰입하지 못한 이들에게
의붓아들을 향한 분노 가득한 남편(조재윤)과 경찰보다 더 경찰 같은 신부(옥택연)는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흠결로 작용한다. 아쉬움은 분명 있지만 그래도 이런 흥미로운 시도들은 한국영화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