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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식사는 하셨나요?" 지난 6일 막 점심 때가 지날 쯤 KBS2TV 드라마 '김과장' 종영 후 만난 배우 이준호(27)는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넸다. 검사 출신 TQ그룹 재무이사인 서율을 연기했던 그는 서늘한 악행과 음식을 맛있게 먹는 장면으로 '먹소(먹보 소시오패스)'라고 불렸다. 첫마디 말에 곧바로 서율이 떠올랐다.
"인터뷰마다 소감을 색다르게 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 20부작 드라마를 처음 해서 언제 끝날까 싶었는데 시원섭섭합니다. 힘든 촬영이 이어질 땐 현장에서 '좀 잤느냐?'가 인사말이었죠. 목요일이 촬영 날이었는데, 바쁘지 않은 게 어색해요(웃음)."
이준호가 맡은 서율은 야망을 품은 인물이었다. 검사로서 법망을 피해 권력 근처에 있다가 TQ그룹 재무이사로 이직했다. 법과 재력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중후반까지 등장인물들과 날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저를 뺀 모든 배우가 친한 느낌이었어요. 경리부 식구들이 재밌게 촬영하는 걸 보면서 함께 까불고 웃기고 싶었죠. 캐릭터를 위해 억제하면서 지내 외로웠어요." 등장인물과 유독 맞부딪치던 서율과 만나 감정 소모가 심했다.
배우로서 처음 악역을 맡아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서율이 갱생하는 과정도 담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접근도 필요했다. "참고한 캐릭터는 없어요. 제 느낌대로 하고 싶었죠. 서율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매력적으로 보이길 바랐어요." 굴곡이 심했던 서율인 만큼 고민이 컸고, 상대에 따라 연기 톤도 다르게 했다. "박 회장 앞에서는 부하직원으로만 남으려고 하지 않았고, 이사진 앞에서는 강단이 필요했죠. 윤하경(남상미 분)에게는 첫사랑에 빠진 느낌을 내야 했고, 김성룡(남궁민)을 만났을 때는 주인처럼 대하려고 했습니다."
이준호는 앞서 영화 '감시자들' '스물' '협녀, 칼의기억'과 드라마 '기억'에 출연했다. 극에서 조력자나 올바른 인물을 소화했다. 작품을 끌고 나가는 주연이자 악역이었던 '김과장'은 전작과 분명 달랐다. "가난하고 착한 아이를 연기해와서 '김과장'에선 다른 걸 보여주려고 했죠. 지난 역할들은 극악무도하진 않았아요."
엘리트 의식이 몸에 밴 서율은 안하무인이었다. 자신을 가로막는 건 거침없이 쳐냈다. "서율을 이해하려고 2달 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고 폐쇄적으로 살았죠. 다른 이와 말을 섞지 않아 외로움 속에서 혼자의 생각이 굳어진 것으로 봤어요." 상대에게 과자를 툭툭 던지거나 가슴팍을 찌르는 행동은 서율을 나타내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손가락 욕도 스치듯 표현했다. "눈여겨보는 이만 알 수 있도록 손가락 욕도 표현했죠. 싸가지 없는 서율이 방송 금기를 깨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 같았어요. 너무 세게 담길 듯해서 카메라가 옆에서 잡았죠."
서율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모두 담으려고 했다. 작품의 한 축을 이끌어가면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가능했던 일이다. 연기 생활 4년 만에 온 천운 같은 기회였다. "서로 주고받는 연기의 재미를 깨달았죠. 멱살 잡는 연기도 선배님들이 다 포용해주셨어요."
'김과장'은 이준호 남궁민의 호흡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서로 필요로 속고 속았던 서율 김성룡이었으나 마지막에는 박현도(박영규) TQ그룹 회장의 비리를 파헤쳤다. "김성룡이 괴롭힘을 당해도 옆에서 자꾸 치대서 서율에게도 변화가 있었던 거 같아요. 힘 있는 캐릭터를 만나 동화된 거죠. 후반부에는 애드리브로 승화시켜 웃으면서 촬영했어요." 남궁민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배우의 자세와 태도를 옆에서 보고 배웠죠. 긴장을 놓지 않고 작품을 이끌어가는 모습도요. 본받을 게 정말 많았습니다."
'먹소'가 사랑받은 건 의외였다고 했다. 서율은 원래 당뇨를 앓는 설정이었다. 먹는 행위가 자신에 대한 탐욕으로 비쳤고, 서울의 욕심을 드러내는 장치로 쓰였다. "제가 그렇게 잘 먹는지 몰랐어요. 먹는 건 서율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 중의 하나였죠. 시청자들이 '혼자 먹방(먹는 방송)한다'며 사랑해주시더라고요. 덕분에 먹는 분량도 늘었죠. 하정우 선배님을 능가하는 먹방이요? 이미 선배님은 먹방 천상계시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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