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①] 김정균 “장애인 처우·청소년 문제 함께 공감했으면”

↑ 지렁이 김정균

[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 ‘지렁이’(감독 윤학렬)은 청소년 성범죄, 장애인, 자살, 학교폭력 등 우리 사회 어두운 단면을 그린 영화다.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자행되어 온 폭력 행태와 심각한 피해를 낳은 실화 사건들을 연상케 하는 그림들로 관객들에게 날 선 메시지를 던진다.

김정균은 극중 사랑하는 딸이 세상의 전부인 아빠 원술 역을 맡았다. 그는 어느 날 자야(오예설 분)가 청소년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자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실제로 딸이 있는 김정균은 ‘지렁이’ 시나리오를 보고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또 아버지로서 소명의식을 느끼고 영화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에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기획 단계부터 윤학렬 감독과 함께 했다. 두 사람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처음 대본에는 뇌성마비 장애인이 아닌 청각 장애인으로 설정이 돼 있었다. 미래의 자녀가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임팩트가 있어야만 했다. 감독님께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를 했고, 설정을 바꿔 진행했다. 영화가 조금이라도 현실적으로 와 닿기 위해서는 함께 공분해야하는 부분이 필요했다. 대본이 완성될 때까지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 사진=지렁이 스틸

‘지렁이’가 외치는 메시지를 조금 더 강하게 주기 위해 바꾼 설정은 김정균에게도 도전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특히 장애인을 묘사한다는 자체가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대중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섬세한 표현에 더욱 힘썼다.

“장애인 연기를 접근하는데 부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장애인을 잘못 묘사했다가는 악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심도 있게 접근을 했던 것 같다. 친한 친구가 실제로 장애인이다. 장애인의 아픔을 더 깊게 느껴 보고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친구와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몸짓의 디테일을 잡아가며 연기했다.”

청소년 성범죄, 장애인 차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지렁이’는 날 것 그대로 표현하며 추악한 현실 앞에 놓인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다 보면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감정이 요동을 친다. 대본을 읽고, 촬영을 하면서도 이 같은 감정을 느낀 김정균은 ‘지렁이’를 통해 어려운 현실에 처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외쳤다.

“‘도가니’ ‘한공주’처럼 우리 작품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 현실적인 청소년 문제,장애인 처우 문제를 들여다보고 국민들도 함께 공감해줬으면 좋겠다. 사회에 놓인 ‘지렁이’가 장어가 될 수 있게끔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