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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박보영. 사진|유용석 기자 |
박보영(27)은 스스로 “자존감이 낮은 편”이라고 했다. 늘 대중의 평가를 받는 입장이다 보니 대중이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불안감을 늘 갖고 있다는 것. 매 년 ‘올해는 나를 좀 더 믿고 사랑해보자’는 계획을 세우곤 하지만 그는 “작년보다는 더 사랑해주려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며 배시시 웃었다.
화제의 드라마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박보영은 “이상하게 칭찬이 곧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남모를 고민을 토로했다.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았고 덕분에 좋은 말씀도 많이 들었지만 어차피 조금 있으면 다 사라지는 거고. 칭찬이나 호평은 그냥 해주시는 말 같은데 혹평이나 악플은 좀 더 와닿는 편이라 그런지,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떨어져요. (왜 그런 것 같은지 묻자) 글쎄요, 연차가 쌓일수록 현장에서 갖게 되는 책임감이 더 커지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 속 도봉순의 잔상이 여전한 얼굴의 박보영은 무엇보다 ‘자존감’ 면에서 봉순에게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봉순이는 안쓰러운 점이 많았어요. 안아주고 싶은 느낌이 많이 들었고, 촬영하면서도 봉순이가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저도 모르게 나랑 비슷하다고 느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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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박보영. 사진|유용석 기자 |
박형식과 지수, 두 연하남과의 호흡도 특별했다. 박보영은 “형식, 지수씨가 내가 누나라고 나름 챙겨줬는데, 내가 보기엔 귀엽고 웃겼다. 재미있었던 점은 둘의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었다. 지수씨는 워낙 예의 바르고, 약간은 준비된 것 같은?(웃음) 멘트가 많은데 그게 매력 포인트다. 반면 형식씨는 장난이 반이다. 스태프들에게도 그렇게 애교를 떨어서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더라”고 말했다.
특히 박보영은 자신을 바라보던 박형식의 눈빛에 대해 “그분은 모든 상대 배우를 그렇게 본다. 상대 배우가 남자라도 그런 눈빛이 장착돼 있어 너무 신기했다”며 “나만 그렇게 쳐다보면 ‘왜 나에게....’ 싶을텐데 형식씨는 기본적으로 눈이 참 아름답구나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보기 힘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로도 주목 받았다. 특히 작고 마른 체구의 박보영으로서는 현실에서 갖지 못한 감정을 대리만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았단다.
“제 체구가 워낙 작다 보니 제가 들 수 있는 물건도 남들이 들어줄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다’며 이를 악 물곤 했는데, 봉순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드라마처럼 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었죠. 또 능동적인 캐릭터에 대한 열망도 있었는데, 실제는 아니지만 정의로운 인물로 나서 바바리맨을 혼내줄 때도 기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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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박보영. 사진|유용석 기자 |
“벗어나야겠단 생각은 아예 없어요. 받아들이는 입장이죠. 물론 예전엔 ‘왜 나를 그렇게만 봐주실까’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까칠한 역할, 병약한 역할도 종종 했음에도 많은 분들이 귀엽게 봐주시는 데 대해서요. 대중이 그런 모습을 원하시나 싶어 그럼 원하는 걸 충족시켜주자는 마음에 ‘오 나의 귀신님’을 만났는데, 그 때 제대로 느꼈죠. 아, 이것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구나 라고요.(웃음)”
‘뽀블리’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긴 하지만 일상에서의 불편함도 없지 않단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을 때면 여지없이 ‘화면에서와 달리 차가워보인다’는 반응이 돌아온다는 것. 박보영은 “한동안은 밖에 나가면 무조건 웃었는데, 그러다 보니 내가 너무 힘들어지더라. 지금은 그냥 막 나간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한때 단골처럼 따라붙던 ‘국민여동생’ 수식어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떨쳐낸 박보영. 그는 향후 보여줄 작품들을 통해 이미지 변신보단 “본인이 원하는 바와 대중이 원하는 지점의 절충점을 잘 찾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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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박보영. 사진|유용석 기자 |
“2년 전까지만 해도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어요. 좀 더 안정적일 것 같고,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졌을 것 같았죠. 그런데 이제 내일 모레 진짜 서른이 된다 생각하니 너무 싫어요. 그동안 어떤 새로운 선택을 할 때 ‘20대니까 괜찮아’라는 변명 뒤에 숨곤 했는데, 30대가 되면 또 어떤 변명을 할 수 있을까요? 서른이 돼도 지금 마음이랑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렵기도, 무섭기도 해요.”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밝히는 박보영에게 ‘작은 고추가 맵다’는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