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국에 이런 영화요? 영화 성향이나 소재로 인한 부담감 보다는 오히려 이 시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바람뿐입니다. 관객들에게 ‘선거’에 대한 소중함을 잠시라도 생각하게 한다면 더 이상 뿌듯할 게 없죠.”
기막힌 타이밍이다. 곧 다가올 ‘장미대선’을 앞두고 ‘대선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시장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라니. 어떤 것이든 작품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번에도 최민식의 연기는 최고다. 대사 한 마디, 눈빛 하나로 많은 걸 이야기하고 보여주는, 그는 특별함 그 이상의 내공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우리가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의 시작으로 여기는 ‘선거’를 소재로 이를 둘러싼 불편한 이면을 담은 영화 ‘특별시민’이 오는 28일 관객들을 찾는다. 주연 배우 최민식은 “아무리 연기 생활을 오랜 기간 했지만 카메라 앞에서 설 때의 익숙함과 관객 앞에 서는 건 너무나도 다르다. 관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기 전, 바로 지금 같은 순간은 여전히 떨리고 설렌다”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그는 “흥행에 관련해서는 어떤 기대감이나 우려, 부담 등 일련의 감정들을 가급적 배제하려고 애쓴다. 열심히 연기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생했으니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분명히 크지만 흥행만큼은 내가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하늘에 맡기는 편”이라며 웃었다.
그는 변종구에 대해 “전사를 얼마나 담아내야 하느냐, 그를 통해 어디까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 이어 “정해진 분량 안에서, 그의 오랜 정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굳은 살’을 잘 표현해내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회상했다.
“연기를 할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어울림’이에요. 내가 맡은 캐릭터와의 ‘어울림’, 그 캐릭터를 상징하는 공간과의 ‘어울림’, 메시지와의 ‘어울림’, 함께 호흡하는 배우들과의 ‘어울림’까지. 결국은 수많은 ‘어울림’이 모여 그 작품에 딱 맞는 하나의 캐릭터가 완성되는 거죠.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 변종구의 모습과 정치꾼 변종구의 어떤 이중성을 보다 잘 표현하기 위해 그 어떤 때보다 ‘디테일’에 신경 쓰면서 임했던 것 같아요.”
감독은 이 같은 ‘정치9단’ 변종구를 중심으로 치열한 선거판의 세계를 비교적 리얼하게 담아낸다.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각종 쇼와 이벤트, 상대 후보와의 신경전과 언론과의 유착관계 등이 상세하게 그려진다.
다만 우리가 이미 불편함 그 이상의 충격적인 현실을 알아버려서일까. 영화에서 다루는 선거판의 불편한 진실이나 인물들의 이중성, 가식적인 각종 쇼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일인데다 주요 에피소드들은 다소 진부해 작품 자체가 배우들의 특별한 연기력을 따라가진 못했다는 평도 나왔다. 다큐의 리얼함과 드라마적 상상 사이에서 조금은 밋밋한 형태로 완성됐다는 것.
그에게 ‘아쉬운 부분은 없냐’고 물으니,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과감하게 표현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답했다.
“러닝타임 부분이 가장 아쉬워요. 많은 이야기가 편집 됐는데 그 안에서 분명 가져가고 싶은 것들도 많았거든요. 우리 영화는 오락 영화를 보듯이 그렇게 빠른 템포를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더 길고 느긋하게, 뚝심 있게 끌고 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롤러코스터 같은 박진감 넘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본격 정치 드라마를 진지하게 즐길 수 있는 분들도 분명 계실 테니까요. 물론 전체적으로 많은 배우들이 의도한 대로 캐릭터가 다 살아있고, 작품이 가지고 있는 분명한 메시지, 깊은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지만 그런 의미를 충분하게 담지 못한 점은 아쉬워요.”
그는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건 역시나 의미 깊은 메시지”였다며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분명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이런 것에 대해 관객들과 조금이나마 진실되게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미
“저 역시 우리가 가진 선거의 권리, 한 표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값진 것인가에 대해 잊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이 막강한 힘을 정말 잘 행사해야 할 때잖아요? 우리 영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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