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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 |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만 해도, ‘굉장히 세다, 이렇게 까발려도 되나?’ ‘대선을 앞두고 의미 깊은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상상치도 못한, 거짓말 그 이상의 판타지와 같은 일이 일어나버렸잖아요. 대체 어떤 정치 영화가 이런 시국을 이길 수 있을까요?”
선거 소재의 정치 영화 ‘특별시민’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배우 곽도원은 이 같이 말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 “시국이 시국인지라 오히려 우리 영화가 시시하게 느껴질까봐 걱정”이라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우리가 가장 공정한 정치의 시작이라고 믿는 선거판의 불편한 이면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각종 쇼와 이벤트, 상대 후보와의 신경전과 언론과의 유착관계 등이 상세하게 그려진다. 오로지 ‘쇼’뿐인 이 판에서 진정 시민을 위한 공약이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한 고민은 없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이기고 밟고 또 밟아 더 높이 올라가면 그 뿐이다.
그는 얼마 전 방송된 대선후보들의 첫 스탠딩 TV토론을 언급하며 “정말이지 가슴이 갑갑해졌다. 우리 영화 속 그림과 현실이 어찌나 똑같은지 웃프고 씁쓸한 마음뿐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영화 시나리오를 보면서 지금 같은 현실을 까발리는 영화가 되길 바랐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시대에 걸맞는 영화로 완성되길 희망했어요. 물론 어떤 것들은 나쁜 무엇인가 청산된 것도 있고, 조금은 나아진 것도, 작은 변화의 지점들도 있지만 영화 속 정치쇼나 알맹이 없이 부랴부랴 겉치레로 만든 공약, 국민에 대한 진심은 없는 각종 쇼들이 실제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니 씁쓸하더라고요. TV를 보면서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정치판은 토론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대답을 잘 하기’보단 질문조차 제대로 잘 하는 사람이 없는, 최선은 없고 차선만 있는 현실이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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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 |
“최민식과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며 줄타기를 하는데 전혀 밀림이 없더라”라고 말하니, “절혀, 절대요. 선배님과의 호흡은 항상 떨리고 무섭고 미치겠는걸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는 “선배님은 말 그대로 ‘대호’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두 번째 호흡인데 여전히 떨리고 무섭더라. 그 아우라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어 촬영 내내 미칠 것처럼, 죽을 듯이 떨렸다”고 했다.
“정치 야욕이 강한 검사 출신 ‘브레인’ 역할이라 보이지 않는 위치와 권력 속에서 치밀하지만 한 편으로는 외롭고 고독한, 허망한 무언가를 안고 있는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배신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 곳, 그리고 그것이 너무 당연한 사람들과 관계 아닌 관계를 형성하고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걸 인지하고 살면서도 야욕은 끝내 버리지 못하는, 한편으로는 매번 구태의연한 정치를 보며 비웃는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인물이죠. 누군가와의 경쟁 보단 스스로와의 싸움이 더 치열했던 것 같아요.”
끝으로 희망하는 흥행 스코어를 물으니, “전혀 예측불가”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그저 좋은 제작진, 시나리오, 배우,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것에 감사하고 부족하지만 나름대로는 치열하게 했던 만큼 후회의 감정 보다는 더 긍정적인 감정으로 지금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물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피와 땀을 흘리고, 굉장히 많은 걸 걸고 뛰어든 이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기에 좋은 성적으로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람처럼만 된다면 좋겠지만 흥행 부분은 하늘의 뜻이기에 마음을 비우고 있다. 그저 이 중요한 시기에 다소 민감한 소재를 과감히 다뤄 선보이는 만
‘특별시민’은 결국 권력욕에 중독돼 버린 잘못된 리더의 모습, 선거쇼의 각종 불편한 이면들을 보여줌으로써 유권자가 알아야 할 진실과 올바른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민식 곽도원을 비롯해 심은경 문소리 박혁권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 출동한다. 오는 26일 개봉.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