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KBS가 야심 차게 내놓은 예능드라마 '최고의 한방'이 이제는 식상해진 듯한 '타임슬립(시간을 거슬러 과거 또는 미래로 가는 일)'을 잘 녹여내 시청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지난 2일 방송된 KBS2 '최고의 한방'에서는 1993년 그룹 제이투 멤버로 가요계를 휩쓸던 유현재(윤시윤)이 2017년으로 시간 이동해 친아들 이지훈(김민재)와 만났다.
이지훈은 아이돌 가수를 꿈꿨으나 데뷔 조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3년 차 연습생이었고, 절친인 최우승(이세영)은 어머니의 잦은 이혼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공무원을 준비 중인 공시생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클럽에서 성추행범으로 몰리고, 친구의 경찰복을 몰래 입다가 들켜 경찰서로 조사를 받았다. 이지훈은 최우승의 연인과 친구가 바람을 핀 것을 듣고는 클럽에서 춘 춤을 추는 척하면서 최우승의 전 남자친구에게 주먹을 날렸다.
1990년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 제이투로 활동하던 유현재는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어느 날 집을 나서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미래인 2017년으로 도착해 아들과 마주했다.
'최고의 한방'은 앞서 '1박 2일 시즌3' 연출을 맡았던 유호진 PD와 코믹 연기로 박수받았던 차태현이 '라준모'라는 예명으로 공동 PD를 맡아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의 연출이 예능드라마라는 장점을 살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최근 여러 드라마에서 시도됐던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진부하지 않느냐는 우려를 낳았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것은 이야기를 푸는 배경을 넓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으나 자칫하다가는 전작들이 해왔던 전개를 단순히 반복할 수 있다는 시선 때문이었다.
유호진 PD는 '최고의 한방' 제작발표회에서 "기획한 지는 오래됐다. 최근 타임슬립의 홍수를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1990년대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큰 시절이었다. 직장을 구할 때도 압박을 덜 받았다. 현재에는 청춘들이 발탁돼야 하는 시기다. 20년 동안 청년들의 처지가 달라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가 되는 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 청년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두 세대 간의 대화를 다룬다. 일상적인 가족 관계에서의 대화에 초점을 맞춘 타임슬립이다"고 설명했다.
처음 안방극장을 찾은 '최고의 한방'은 23세 동갑내기인 이지훈 최우승이 팍팍한 현실의 벽을 앞두고서도 자신의 꿈을 그리는 과정을 그렸다. 데뷔하기 전부터 연예인병이 걸린 듯한 이지훈이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눈물길이 막혀 자꾸 눈물을 흘리는 최우승에게 특별한 장치를 두면서 향후 전개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러한 캐릭터 속 특징을 잡아내는 구성에 박영재(홍경민) 스타펀치 대표가 심각한 표정을 지는 가운데 의자가 망가져 갑자기 내려앉고, 유현재가 거울을 보고 외모에 흡족해 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안겼다. 예능 PD와 배우가 연출을 맡은 '최고의 한방'의 특징이 그대로 담겼다.
이와 더불어 '동갑내기 아버지와 아들의 만남'은 뻔할 수도 있었던 타임슬립을 그렇지 않게끔 방향을 잡아줬다. 유현재가 가요계 최정상에 서 있던 가수였다는 것과 아들은 3년
'최고의 한방'은 첫 회에서 타임슬립 소재를 적절하게 쓰면서도 재미도 잡아내는 효과를 거뒀고, 유호진 차태현의 연출도 앞으로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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