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대립군` 주인공 이정재. 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
"정치적으로 좌우 색깔론이 강했다면 좀 더 출연을 고민하지 않았을까요? 색깔보다는 백성이 원하는 리더의 자질은 무엇이고, 리더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와 관련한 이야기라서 선택하게 됐어요."
배우 이정재(44)가 ’을’이 됐다. 아니 이 정도면 병도 모자라다. 정쯤 되려나?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에서 이정재는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맡았다.
대립군 수장이라는 수식이 뭔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실상은 남을 대신해 군역을 다하는 천민일 뿐이다. 물론 극 중 토우는 가치관 정립이 확실한 듯 보인다. 이정재는 "천민의 생존 본능"이라며 "임진왜란이라는 전시 상황이기도 하고, 나를 포함한 동료 모두가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절대적 사명감이 있었기에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내면은 두려움에 가득 찬 인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토우 역할을 하면서 주안점을 두고자 했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재는 을의 처지를 연기한 것에 대해 "나는 항상 을"이라고 웃으며 "아는 지인이 ’네가 밥집에서 반찬 한 번 더 얻어먹는 것 말고 좋은 게 뭐가 있는 직업군이냐’고 한다. 이번에도 가장 계급이 낮은 직업군 중 하나를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진정한 리더는 누구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전한다. 표면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나는 내용이다. 이정재는 다소 아쉽다는 말을 감추지 않았다. 시나리오로 봤을 때와 영상으로 표현된 것이 조금은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시나리오에는 인간의 두려움에 대한 요소가 강하게 표현돼 있었다. 모든 인간은 두려움이 있으니까"라며 "그 두려움을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가 중심이었는데 압축하는 과정에서 편집되고 삭제돼 많은 부분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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