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봉준호 감독이다. 매번 기발한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으로 보편적이면서도 보편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날카롭게 던지는, 감독계 연예인으로 통하는 봉 감독의 태도는 역시나 남달랐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시작된 ‘옥자’의 태생적 논란에서부터 국내 극장‧스트리밍 동시 상영으로 이어진 국내 각종 논란까지 시종 일관 솔직하면서도 겸손하게, 그러면서도 당차고 명쾌하게 답했다.
봉준호 감독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SF 어드벤처 영화 '옥자'(봉준호 감독,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루이스 픽처스·플랜 B 엔터테인먼트 제작)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가는 곳마다 논란을 만드는 것 같다”며 운을 뗐다.
그는 “칸에서도 이후 영화제 규칙이 생겼다. 우리 영화로 인해 변화가 생긴 것 같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칸영화제 측에서 미리 규칙을 정리하고 초청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를 초청한 뒤 논란을 만들어 솔직히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영화제라는 것이 늘 이슈와 논란이 필요하지 않나. 우리가 그런 역할을 만들어서 영화제 초반을 달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또한 “한국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멀티플렉스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면 넷플릭스는 극장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하는 원칙이 있다”면서 “'옥자'는 넷플릭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극장 관객을 위해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나의 영화적인 욕심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어 “다행스럽게도 대형 극장은 아니지만 좋은 극장에서 상영을 허락해줬다. 지금 상황은 굉장히 만족스럽다”며 미소 지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100% 한국어 영화가 될 예정”이라며 “생각해둔 그 스토리를 하고 싶어서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미 국적은 붕괴됐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이미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영화 작업 역시 같은 맥락으로 다양한 형태로 변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각종 논란이 있긴 했지만 결국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은 변함이 없다. 작지만 길게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
한편,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오는 28일, 한국시각으로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되며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와 동시에 29일부터 멀티플렉스 극장을 제외한 전국 100여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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