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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광훈‧데이빗 레드먼 감독이 로마에서 모든 촬영분을 한순간에 도난 당한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놓았다.
우광훈 감독은 21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직지코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너무나 부푼 기대감과 열정을 다해 이번 촬영에 임했는데 촬영을 모두 끝내고 축배를 든 그 시간에 카메라를 비롯한 모든 촬영분을 도난 당했다. 생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우 감독은 “함께 촬영을 이끌어간 데이빗은 ‘자살하고 싶다’고 까지 말하며 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여배우로 참여한 사랑씨도 평소의 그 진취적인 모습을 모두 잃은 채 좌절감에 빠졌었다. 모두가 굉장히 쳐져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마 경찰들에게 우리의 사정에 대해 말했지만 너무나 비협조적이더라.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면서 알아서 찾으라고 했다. 사회적으로 위험하다고 하는 집시촌까지 뒤지면서 별 짓을 다해봤지만 결국 방법이 없었다. 그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지영 감독은 “현장에서 도난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황당했다”면서 “영화 한편을 도둑맞고 현지에서 절망에 빠진 이들을 생각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어떻게든 최소한의 하드 디스크라도 찾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할 수 있는 한 다 해보라고 지시했다. 굉장히 커다란 사건이기 때문에 한국의 대사관에서 나서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는데 결국 찾을 수 없더라”라며 “재촬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재촬영에 대한 모든 지원을 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막막했다. 나는 그들을 고생시킨 죄인”이라며 미안해했다.
이와 함께 “이번 작품을 통해 굉장히 많은 걸 깨달았다. 학자들의 손을 기다리는 많은 서적들이, 또 다른 역사적 사실들을 증명할 많은 연구 소재들이 쌓여있다. 우리 영화를 통해 그런 작업들이 계속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직지코드’는 라이프지 선정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 1위’로 꼽힌 구텐베르크의 서양 최초 금속활자 발명이 당시 동양 최고의 문명국 고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동서양 금속활자 문명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프랑스 파리부터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 5개국 7개 도시와 한국을 종횡무진하며 완성된 다이내믹한 대장정은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것.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을 연출한 한국 영화계의 대표 지성 정지영 감독이 제작을 맡고, 캐나다인 데이빗 레드먼과 우광훈 감독이 참여한 탄탄한 취재력으로
사진 유용석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