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은 송강호, 유해진 등 배우복에 감사해 했다. 제공|쇼박스 |
장훈 감독은 송강호를 두고 “내겐 산 같은 존재”라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연출자 입장에서는 이런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자체가 영광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택시운전사’ 개봉을 앞둔 장훈 감독을 만났다. 개봉 전부터 진행된 일반시사회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영화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감을 물으니 장 감독은 “너무나 떨린다. 관객 분들에게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뭉친 사람들의 진심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2008년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해 ‘의형제’(2010), ‘고지전’(2011)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장 감독은 6년 만에 ‘택시운전사’로 돌아왔다. 송강호와는 ‘의형제’ 이후 두 번째 호흡. 장 감독은 “송강호 선배는 늘 한결같이 명연기를 펼친다. 나만 달라진 기분이었다”며 “과거에는 감독으로서 경력이 워낙 짧아 ‘송강호’라는 배우의 내공을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절로 알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택시운전사’를 찍을 땐 송강호가 진짜 어떤 배우인지 제대로 알고 시작한 작품이라 매 촬영이 기다려지고 설렜다. 본인의 한계를 스스로 넘는 배우의 순간을 매번 목격할 수 있어 기뻤다”며 “시나리오에 있는 것 그 이상을 매번 해내는 분이었다. 처음으로 내 작품을 감독이 아닌 관객이 돼 봤다”고 송강호와 함께한 기쁨을 설명했다.
“영화를 만들며 가장 신경 쓰인 부분이 광주 시민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완성하는 것,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는 청년들이 쉽게 접하고 다시금 찾아보게끔 만드는 것이었어요. 물론 현실은 영화에 차마 담을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참혹했지만…단지 비극적인 현장의 아픔을 리얼하게 재현해내기 보다는 그 사건을 기억하는 분들과 전혀 알지 못하는 세대가 함께 어울려 보고 다시금 저마다의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어요. 그래서 외지인인 만섭의 시점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송강호이라는 배우 덕분에 의도대로 완주할 수 있었죠.”
‘택시운전사’에는 송강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이 출연한다. 고창석 전혜진 엄태구 등 신구 연기파 배우들도 깜짝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말이지 캐스팅이 장난 아니다”고 말하니, “가장 큰 행운은 인복”이라며 미소 지었다.
장 감독은 “유해진 선배 같은 경우는 사실 내 욕심이었다. 본인이 원톱 주연을 해도 큰 사랑을 받는 배우인데 상대적으로 작은 역할이라 제안하기가 죄송스러웠다. 하지만 그 역할을 유해진 선배가 해야 사람들 마음 속에 굉장히 오래 남을 것 같았다”고 진심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유해진 선배님은 작품이 가진 취지나 메시지, 이야기를 보고는 그런 부분에 기꺼이 본인도 동참하고 싶다면서 출연을 결정지어 주셨고, 매신을 열정적으로 임했다. 너무나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류준열에 대해서도 “대화를 하면 할수록 굉장히 건강하고 생각이 유연한 친구라 함께 작업하면 잘 맞을 것 같았다. 굉장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친구인데다 개성도 뚜렷해 미래가, 그의 성장이 개인적으로 궁금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토마스 크레취만의 경우 섭외가 굉장히 어려울 줄 알았는데 흔쾌히 제안을 받아줘 너무나 고마웠죠. 자택에 베를린 장벽의 일부를 가져와 집 앞에 세워 놨을 정도로 역사의식이 굉장히 뚜렷하고 사고가 남다른 분이었어요. 우리 작품의 취지를 굉장히 잘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의사를 먼저 표현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죠. 그 외 많은 배우들도 진심을 다해 그저 영화가 가진 메시지에 집중해주시고 응원해주셨어요. 그 마음들이 모여 완성된 영화죠.”
끝으로 장 감독은 “매 작품이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겠지만 ‘택시운전사’는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다”면서 “훌륭한 배우들과 스태프, 영화에 관계된 모든 사람이 한 마음으로 함께 했다. 어떤 외부 압박감이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소신을 가지고 하나가 됐던 작품이라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뭔가 다 함께 심장이 같이 뛰었던 것 같은 기분”이라며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 장훈 감독은 `택시운전사`에서 함께한 이들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제공|쇼박스 |
비극적인 아픔의 역사를 단지 그 자체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타고난 영웅을 등장시켜 미화시키지도 않는다. 왜 평범한 이들이 비범해질 수밖에 없는지, 비범해진 그들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고 현재를 되돌아보게끔 만든다.
관객은 이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평범한 이들의 치열한 사투를 지켜보다 보면
8월 2일 개봉한다.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