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강력한 천만 기대작이었던 두 작품의 행보과 극과 극이다.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의 꿈을 코 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군함도’ 손익분기점을 채 넘지도 못한 채 차트 아운 위기에 놓였다.
16일 오전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제(15일) 57만 7141명을 모은 ‘택시운전사’는 902만 3874명의 누적 관객수를 돌파했다. 평일에도 40~50만 관객을 동원하는 속도를 감안하면 이틀 안에 천만 영화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소재로 한 장훈 감독의 신작으로 삼엄한 감시망을 피해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린 故 위르겐 힌츠페터 독일기자. 그리고 그를 광주 피의 현장에 태우고 들어갔다 온 택시기사 김사복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감독은 비극적인 아픔의 역사를 단지 그 자체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타고난 영웅을 등장시켜 미화시키지도 않는다. 왜 평범한 이들이 비범해질 수밖에 없는지, 비범해진 그들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고 현재를 되돌아보게끔 만든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관객들은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평범한 이들의 치열한 사투를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연결되고, 가슴 속 뜨거운 불씨를, 참담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희망이라는 기쁨을 느끼게끔 만든다. 비단 과거 속 남의 일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일일수도 있었다는 걸 생생하게 전달하며 큰 울림을 선사한다.
반면 또 한 편의 천만 기대작이었던 ‘군함도’는 650만 고지를 힘겹게 넘으며 퇴장 수순을 밟고 있다.
영화는 같은 날 1만8637명을 끌어 모아 누적관객수 651만2287명을 기록, 박스오피스 순위는 9위까지 떨어져 톱10 차트아웃 위기에 놓였다. 스크린 수는 전국 255개. 이 같은 수치라면 사실상 손익분기점(700~800만) 돌파도 힘들어 보인다.
스타 감독 류승완의 신작인 ‘군함도’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이정현 등 초호화 라인업으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개봉 하자마자 스크린 독과점 등 치명적인 논란에 휩싸이면서 평점 테러를 받는 등 혹평 세례를 받았다. 일련의 논란을 제외하고서도 영화적인 재미 자체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영화는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하나뿐인 딸 ‘소희’(김수안). 그리고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했다가 벌어지는 치열한 사투를 담는다.
그들이 함께 탄 배가 도착한 곳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노동자로 착취하고 있던 ‘지옥섬’ 군함도.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조선인들이 해저 1,000 미터 깊이의 막장 속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노역해야 하는 상황. 강옥은 어떻게 하든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춰 딸 소희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를 다하고, 칠성과 말년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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