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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X라는 껍질을 벗고 저금 더 단단해진 내가 너를, 세상을 만나는 것. 그것이 내가 학교에서 만난 진실이다."
지난 5일 마지막회가 방송된 KBS2 드라마 '학교 2017'에서는 금도고등학교의 사학비리가 밝혀진 가운데 현태운(김정현 분)이 자신의 꿈을 위해 전학을 간 뒤에도 라은호(김세정)와 사랑을 지키면서 끝을 맺었다.
'학교 2017'는 지난 7월 첫 전파를 탈 때만 하더라도 학교의 문제점을 밝히는 X의 정체 때문에 혹평받았다. 검은 후드를 쓴 채 학교 곳곳을 헤집고 다니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은 실제 학교의 현실과 다르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KBS를 대표하는 '학교' 시리즈의 명맥을 잇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명문고등학교에 입학한 주인공 라은호와 주변 인물들의 설정이 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 2017'은 전개를 거듭할수록 그동안 시리즈가 날카롭게 지적했던 어른들의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학교의 세상을 보여줬다.
금도고등학교에서는 가정 형편에 따라 학생들도 계급이 나뉘어 있는 것처럼 행동했고, 양도진(김응수) 교장 등의 어른들을 이를 방관하다 못해 오히려 부추겼던 것이다.
치열한 입시 현실 속에서 기댈 곳 없는 학생들은 방황했다.
라은호는 오로지 어른이 만든 기준 속에서 돌아가는 학교에 불만을 품었다. 현태운은 아버지가 학교 이사장이었지만, 친구의 죽음을 지켜볼 수 없는 상황에 상처를 받았고, 장동윤(송대휘)는 풍족하지 않은 가정 형편 속에서 김희찬(김희찬)에게 휘둘려야만 했다.
세 주인공 외에도 '학교 2017'에 출연한 인물들은 자신보다는 남에게 보이는 삶을 위해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갔다.
방송 중간부터는 X의 존재가 현태운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제작진이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는 X를 통해 억압된 학생들의 현실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주려고 했던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과 똑 닮은 학교의 문제를 X를 통해 풀어냈다.
'학교 2017'은 암울한 현실만을 보여준 건 아니다. 세 주인공은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조금씩 이뤄갔고, 갈등을 풀고 빛나는 청춘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수지(한선화) 심강
'학교 2017'은 예상보다는 낮은 4% 시청률을 유지했으나 이보다 낮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다. 청소년층의 굳건한 지지를 받으면서 '학교' 시리즈의 기대는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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