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살인자의 기억법`은 배우 설경구의 진가를 새삼 일깨운다. 제공|쇼박스 |
“처음 작품 제안을 받고 너무나 고마웠어요. 비슷한 연기의 반복, 강철중의 늪에 빠져 한창 슬럼프를 겪던 중 스스로 강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캐릭터를 만난 거죠. ‘살인자의 기억법’은 제게 선물 같은 작품이에요. 비슷한 색깔에 피로감을 느낀 팬들에게 조금은 신선하게, 부끄럽지 않게 보여드릴 수 있게 돼 기뻐요.”
배우 설경구(49)가 돌아왔다. 한껏 이를 갈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준비해 돌아왔다. 심리 스릴러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서다.
‘세븐 데이즈’, ‘용의자’ 등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의 신작으로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설경구는 극 중 전직 연쇄살인범이지만 현재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70대 노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번 역할을 위해 극한의 다이어트를 감행한 그는 “내면적인 것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부분도 너무나 중요한 캐릭터라 체중감량부터 분장, 목소리, 몸짓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게 없었다. 나중엔 강박 증세까지 왔다”고 말했다.
“‘청소’라는 의미로 병수의 살인에 어떤 동기, 인물의 전사가 그려져 있긴 하지만 사실 살인범을 어떻게 응원하길 바라겠어요? 단지 병수에게 딸이 있음으로 인해서, 그의 행동에 정당성이 없더라도, 선이 아니어도, 딸을 지켰으면 하는 마음으로 관객들이 병수를 지켜보도록 연기하려고 애썼죠. 처연하면서도 무섭고, 안쓰러우면서도 답답하고 복잡한 느낌이 들도록 노력했어요.”
치열하게 준비한 만큼 첫 완성본을 본 느낌은 혼란 그 자체였다고. 그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굉장히 마음을 졸이면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봤던 것 같다”며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 “굉장히 디테일하게 봤다. 사소한 것들에 모두 집착했다. 영화 전체를 파악하기는커녕 내 연기를 하나하나 체크하느라 어떻게 완성됐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다.
“사실 해석이 쉬운 인물은 아니었어요. 소설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면 정말 궁지에 몰려 굉장히 갇혀있는 기분을 받았을 거예요, 하하. 아무래도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병수에게 많은 게 부여됐어요. 원작 보다 훨씬 많은 걸 줘요. 전사도 주고. 그만의 정당성도 부여하고 어떤 특이한 행동들도 있고, 딸 은희와의 관계도 자세하게 풀어주죠. 그런 과정 덕분에 그래도 막상 연기하는 과정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 |
↑ 설경구는 슬럼프에서 만난 `살인자의 기억법`이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제공|쇼박스 |
그는 “나이와 경력은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면서 “어떤 장르의 영화이건 외형적으로 더 힘들어 보이든 편해 보이든, 모든 배우들은 처절하게 고민하고 연기한다. 오히려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아는 게 많아질수록 절실함은 커진다”고 했다.
“저도 오랜 기간 슬럼프를 겪고, 많은 분들이 지적했던 ‘강철중의 늪’에서 비슷한 패턴의 연기를 하며 매너리즘에 빠지고 힘든 시기도 있었어요. ‘이러다 훅 가는 거구나’라는 생각도 했죠. 경험이 풍부해지면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생각의 폭도 넒어지는데 모든 게 내 맘대로 욕심대로 되진 않죠. 위기감도, 정체기도 겪으면서 그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나를 다스려야 해요.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제게 새
설경구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된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에 대한 완성도를 떠나 그의 연기력은 이견 없이 최고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6일 개봉,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