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대세 '아재파워', 음원은 윤종신·공연은 서태지…90년대 데뷔생들의 생존비법은?
아이돌 홍수 속에도 대활약을 펼치는 1990년대 스타들이 있습니다.
1990년 데뷔한 윤종신(48)이 음원차트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고, 1992년 그룹 서태지아이들로 출발한 서태지(45)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5주년 공연을 열어 3만5천명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가요계가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변모하고, 아이돌 중심으로 전환된 속에서도 '아재 파워'로 생명력을 확인시켜줬습니다.
요즘 '1등 가수'란 축하를 받는 윤종신은 하반기 가요계의 '핵'으로 떠올랐습니다. 데뷔 28년 차 가수가 댄스곡 성수기라는 여름에,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오리지낼러티를 살린 발라드로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입니다.
지난 6월 22일 공개된 윤종신의 '좋니'는 별다른 홍보 없이 노래의 힘으로 순위가 상승하더니 약 2개월 만인 8월 음원차트 정상을 휩쓸었습니다. 이달까지도 엠넷 '쇼미더머니 6'에 출연한 래퍼인 우원재의 '시차'와 여러 차트에서 1위를 다퉜습니다.
이 곡은 공개 당시, 멜론 차트 100위권에 들지 않았으나 노래방에서 많이 불리기 시작하면서 100위권에 안착했고, 이후 윤종신이 모 프로그램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모습이 방송된 뒤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좋니'가 가요 프로그램과 가온차트의 8월 '노래방 차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공감을 끌어낸 것은 노랫말의 힘이 주효했습니다.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니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 진짜 조금 내 십 분의 일만이라도/ 아프다 행복해줘~'('좋니' 중)
떠나간 연인을 못 잊는 '찌질한 남자'의 모습은 1990년대 윤종신의 대표곡 '너의 결혼식'(1992)과 '이별 연습'(1992), '오래 전 그날'(1993)의 정서를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여기에 서정적인 슬픈 멜로디와 고음을 절규하듯 부르는 창법은 3040 세대에는 친근함을, 그를 예능 MC로만 여기던 1020 세대에는 신선함을 안겼습니다.
작곡가 신사동호랭이는 "윤종신 씨는 지금의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원래 하던 스타일'의 곡으로 1등을 했다는 점이 대단하다"며 "음악 어법과 가사 등에서 오리지낼러티가 강한 것은 2010년부터 7년간 '월간 윤종신'이란 제목으로 신곡을 매월 내는 지속성이 뒷받침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연계에서는 올핌픽주경기장에서 3만 5천명의 관객을 한 번에 모은 서태지가 있습니다.
국내 공연장 규모로는 최대인 올림픽주경기장은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가수 조용필·이문세를 비롯해 엑소 등 팬덤이 막강한 소수의 아이돌 그룹만이 채울 수 있는 무대입니다.
일부에선 서태지가 방탄소년단을 게스트로 세웠음에도 공연을 매진시키지 못했다며 '티켓 파워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평소 활동이 없는 서태지가 이곳에서 대규모 30~40대 팬들을 집결시켰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저력을 평가할 만합니다.
서태지는 1990년대 힙합, 댄스, 메탈, 국악 등을 접목해 다양한 음악적 전이를 하면서 가요계 흐름을 바꿔놓았고, 기성 질서에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로 당시 X세대(1990년대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를 리드하면서 '문화 대통령'으로 군
이번 그의 25주년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배 가수들이 "영광이다"고 표현할 정도로 지금의 가수들에게도 그는 '우상'으로 불립니다.
20년 경력의 한 공연 관계자는 "활동 없이 2년 만에 공연을 열면서도 주경기장에 입성했다는 자체가 서태지의 존재감이 유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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