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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인들의 어떤 전형적인 순간만을 기억한다. 그들이 왜 그런 삶을 살게 됐는지,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알려지지 않은 그 분들의 고통, 숨겨진 위대한 발자취를 보여주고 싶었다. -‘대장 김창수’ 이원태 감독”
백범 김구 선생의 청년 시절을 영화화한 ‘대장 김창수’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에는 위인 김구 선생에 대한 감독의 존경심과 역사적 사명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감독의 뚝심과 조진웅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으로 완성된 ‘대장 김창수’는 그야 말로 우리가 꼭 알아야할, 위인의 탄생기를 담고 있다. 불편한 과장도, 멋들어진 반전도, 세련된 비틀기도 없다. 쉽고 우직하며 착하다.
1896년 황해도 치하포, 천하고 평범한 청년 김창수(조진웅)가 한 일본인을 죽이고 체포된다.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명성황후의 시해범을 맨 손으로 때려죽이고 스스로 잡혀 들어간 이 청년은 재판장에서 “나는 짐승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다. 국모의 원수를 갚았을 뿐”이라고 소리치지만 결국 사형 선고를 받고 인천 감옥소에 수감된다.
국모의 원수를 갚고 나라의 치욕을 씻어냈지만 그의 신념과 용기를 알아주는 이는 없었던 조선. 없어질 나라, 지워질 역사 앞에서 분노로 들끓고, 타오르는 열정과 정의감이 넘쳤던 치기 어린 청년은 한 순간에 사형수 신분이 돼버린 것이다. 눈을 뜨면 지옥 같은 그곳에서 김창수는 다른 죄수들과 자신은 다르다며 섞이기를 거부하지만 제대로 된 재판은 커녕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조차 힘든 고된 옥살이를 버텨내는 조선인들을 보며 다시금 변화를 꿈꾸기 시작한다.
영화는 결국 백범 김구가 탄생하게 된, 독립운동가의 강렬한 투쟁의 순간이 아닌 그 시작점에 놓인 청년 김창수를 통해 위대한 영웅의 숨은 발자취를 찾아 꺼내 놓는다. 그리고 조진웅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기로 감독의 의도를 똑똑하게 그리고 뭉클하게 표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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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마상구로 분한 정만식 역시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불도저 같은 거친 모습 뒤 인간적이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캐릭터를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북한 평안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소화한 것은 물론 매 등장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뭉클하고 진한 ‘브로맨스’를 보여준다.
젠틀하고 바른 이미지로 여심을 뒤흔들어 놓았던 송승헌은 데뷔 21년 만에 첫 악역에 도전했지만, 연기 고수들 틈에 있어선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나라를 버리고 일본의 편에선 인천 감옥소 소장 강형식을 맡은 그는 날카롭고 강렬한 눈빛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이긴 하지만 평면적인 연기와 어디에서 본 듯한 악역 연기가 어딘가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모습은 아니다. 때때로 들려오는 부정확한 발음과 인위적인 억양, 일차원 적인 낙폭한 비주얼 연기에만 몰두해 깊이 있는 내공을 느끼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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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정진영을 비롯해 신정근, 유승목, 정규, 곽동연 등 연기파 신구 조연들의 열연은 이견 없이 작품 속에 잘 어우러진다. 저마다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 넣는 개성 넘치는 연기로 극에 조화로움을 더하며 관객들을 웃기고 또 울린다.
영화는 결국 1890년대 후반의 위태로운 조선 말, 천대 받고 학대당하지만 하나되어 뭉친 김창수와 죄수들의 모습을 통해 민중의 숨은 힘을 보여준다. 자신의 안위는 개의치 않고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