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극악무도한 장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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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계상은 "흥행 성적과 관련해서는 다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제공 | 머리꽃 |
배우 윤계상(40)은 ’열심히’ 하는 배우다. 연기를 열심히도 하고, 잘하기까지 한다. 그간 찌질하고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고, 젠틀하고 멋진 인물도 기본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그동안 그에게 흥행 운은 없었다.
윤계상은 "이제는 (흥행 성적과 관련해서는) 다 내려놓은 상태"라며 "괜찮다"고 달관했다. "그저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할 따름"이란다. 하지만 사실 그가 출연한 영화 대다수는 소신 있게 다가간 작품이다. ’소수의견’, ’풍산개’, ’레드카펫’ 등등 메이저 영화들이 아니었다. 관객수는 초라할지 모르나 손해를 끼친 적은 거의 없다. 배우로서 역할은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그에게 소위 말하는 터질 것 같은 메이저 영화들로부터 출연 제의가 오기도 했다. 흥행 성적만을 바랐다면 출연했을 텐데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할 수 없는 역할인데 하겠다고 하는 건 손해인 것 같다. 고집부리고 할 수는 있어도 그건 영화에 민폐이고, 또 내게도 다음 기회마저 놓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나름의 철학을 공개했다.
윤계상은 "예전부터 열심히 하면 결과물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편"이라며 "이제까지 잘 버텼다. 흥행해야 하는 게 대중 영화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하지만 그건 쉽지 않더라.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것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감사하다"며 "흥행이 안 됐는데 계속 작품 할 수 있는 것도 하늘의 뜻이 아닐까. 성실하고 노력하면 굶어 죽지는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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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계상은 악역 장첸 변신을 위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경 썼다. 제공 | 머리꽃 |
당연히 ’열심히’한 그는 시놉시스에서 백지상태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인 장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을 썼다. 장발 스타일도 윤계상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연변 사투리도 두 달 동안 배웠고, 장첸의 콘셉트 조율에도 두 달여 시간을 들였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악역 장첸이 탄생했다.
"제가 어떻게 나오든 관객은 낯설게 느낄 것 같았어요. 머리를 풀어헤치고 등장하는데 그게 웃기든 괴상하든 낯설든 확실히 충격적일 것 같긴 했죠. 제 모습에 집중하길 바랐는데, 그 이후 바로 손을 찍어버리는 신이 있으니 몰입됐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기뻤죠. 헤헤."
왜 장발이었을까? 윤계상은 "개인적으로 ’전설의 고향’ 세대이다 보니 제일 무서워하는 게 머리 긴 귀신"이라며 "언젠가는 그런 이미지를 캐릭터로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특히 "팬들이 ’범죄도시’ 속 모습을 보고 나를 무서워하고 있더라. 안 좋은 소리를 해주는 분도 없고 너무 좋았다. 공포영화처럼 보였으면 했는데 나름 성공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물론 절친 god 박준형이 처음 본 긴 머리의 윤계상을 보고 과거 코미디 립싱크 듀오 ’허리케인 블루’가 생각난다고 웃어서 주위 사람들의 몰입을 깨지게 했던 적은 있으나, 그 외에는 다들 호평을 보냈다.
윤계상은 처음 들어온 잔인무도한 악역을 즐겼다. 얍삽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악역은 간혹 있었으나 이런 인물은 처음이었다.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황해’ 등을 찾아보고 도움을 받았다. 특히 "무심한 표정"이 이런 영화를 보고 찾은 포인트다. 연변 사투리는 ’황해’의 김윤석과 비슷해 따라하지 않으려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노력의 결과는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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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계상은 "연기를 하게 된 게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제공 | 머리꽃 |
물론 사이코 연기가 쉽지는 않았다. 악몽을 꿀 정도는 아니지만 촬영 현장에서 상대 배우가 고통에 소리 지르고 아픈 표정을 짓는 잔상이 집에 가서도 남아 있었다. ’가짜 칼인데 너무 깊게 찔렀나?’라는 생각까지 했단다. 그래도 연기라고 자위했고, 이제 조금 더 다른 스타일의 악질적인 인물에 도전하고 싶단다.
아마도 함께한 수족 양태(김성규)와 위성락(진성규)과의 호흡이 좋아서 더 연기를 잘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진)성규 형은 제 연기 스승님이에요. ’로드넘버원’ 때 만나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했던 분이죠. 현재 연극계의 송강호로 불리는 분인데 오랜만에 함께 해 좋았어요. 사실 처음에는 위성락 역은 아니었는데 다른 배우가 못하게 돼 저와 팀을 이뤘죠. 김성규 이 친구는 무서울 정도로 동물 같았어요. 다들 너무 잘했던 것 같아요. 현장이 너무 재미있어서 우리 팀은 스터디가 있었을 정도라니까요. 형사팀과 두 축을 이루는 영화인데 피 터지게 경쟁했죠. 하하하."
’마동석 장르’라고 해도 손색없는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을 언급하지 않으면 서운하다. 윤계상은 "동석 형은 액션 장인"이라며 "화장실 난투신에서도 힘이 하나도 안 들었다. 강약조절을 잘하더라"고 추어올렸다. 또 "동석 형이 이 영화 기획에 참여했다는 걸 촬영하다가 알게 됐는데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동석 형과 같은 레벨은 아닌 것 같다. 발도 넓고 대단하신 분"이라고 감탄했다.
god로 1999년 데뷔한 뒤, 2004년 연기자로 전업했으니 벌써 13년이 흘렀다. "연기를 하게 된 게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고 한 윤계상은 "노래할 때는 사실 감사함을 몰랐다. 잘나서 그런 줄 알았다"고 반성했다. "사람이 평생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