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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경이롭다. 또 한편으로는 기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성경과 역사를 아우르며 관객을 자극하는 부분에서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제니퍼 로렌스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탁월한 연기가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폭발시킨다.
기괴하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불편함을 넘어 잔혹함까지 느낄지도 모르겠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다수의 불청객이 벌이는 일들이 광기와 광란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광기와 광란의 마지막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영화의 이해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불에 타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첫 화면은 예사롭지 않은, 강렬한 힌트다. 두 번째 클로즈업된 장면은 하비에르 바르뎀이 반짝이는 보석을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미소와 환희에 들떠있는 모습이다. 불에 타 버려 폐허 같았던 집은 그 보석의 영험(?)한 기운 덕분인지 이내 생기를 되찾는다. 침대에 누워있던 실루엣도 형체를 드러내며 일어선다.
그 실루엣의 정체는 불안한 눈빛의 아내(제니퍼 로렌스)다. 옆자리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이 없어진 걸 알고 집 안 구석구석을 살핀다. 현관문을 열고 마주한 들판. 여자는 이내 등장한 남편에 안도한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언제고 그 행복을 깨질 듯 기운이 스크린을 채운다. 여자의 불안한 심리를 카메라는 계속 따라붙고, 앵글은 흔들린다. 약을 통해 불안감과 혼란을 달래는 여자. 남자는 여자를 위하는 것 같은데, 또 꼭 그렇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여자가 사랑과 존경심이 충만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여자를 대하는 남자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은 첫 불청객이 두 사람의 집에 등장하면서다.
여자는 낯선 이에게 불안해하고 두려움과 동시에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남자는 반대다. 자신과 "말이 잘 통한다"며, "내보내라"는 여자의 말을 듣지 않는다. 불청객의 아내와 두 아들까지 찾아오고 불안했던 평화는 이윽고 박살 나고 만다.
’마더’의 음산하고 어두운 기운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남자와 여자의 관계, 불청객이라는 존재들의 등장에 의심을 품게 한다.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정말 대단하다.
배경 음악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기에 화면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제니퍼 로렌스와 하비에르 바르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음악이 스토리를 특정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지양해야 했다"고 했는데, 영화를 보고 깊이 있게 느끼고 이해하는 건 관객의 몫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중반 이후에 남자의 직업이 중의적, 은유적으로 쓰인 걸 알 수 있다. 남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creator’ 시인이다. 한 글자도 쓰지 못하던 남자가 아내가 아이를 잉태한 순간, 떠오른 영감으로 써내려간 시는 폭발력을 발휘하며 추앙을 받게 된다. 성경에서 말하는 창조자를 빗대었다. 용서와 포용, 헌신 등이 강조되는 것도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아기를 빼앗기고 절규하는 여자, 모든 걸 나누려 하는 남자, 환호하는 건지 성난 건지 알 수 없는 군중 등등. 종교적 무언가를 떠올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남자의 행동이 특히 그렇다. 혼란을 느
대자연 속 세상은 ’나’라는 존재가 없어도 언제고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무섭게 느껴진다. 여자의 순응과 저항이 뒤죽박죽된 결과는 어떨까. 첫 화면이 전한 비주얼적인 쇼크가 영화가 끝나도 잔상에 남는다. 충격과 놀라운 감정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121분. 청소년 관람불가. 19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