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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봄은 "아이돌 출신 주인공에게 자극 받고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사진 | 유용석 기자 |
독립영화계 기대주인 배우 이봄(24)은 생애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영화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를 들고 레드카펫 위에도 섰다. 손예진 유인영 문근영 등 선배 여배우들이 개막식에서 조명을 받았고, 아역 이미지가 강했던 서신애도 파격 노출 드레스로 화제가 된 것에 비하면 주목받지 못했다.
이봄이 입은 블랙 미니 드레스가 예뻤기에 서운할 법도 하다. ’서신애처럼 좀 더 화려하고 파격적인 드레스를 고를 걸’이라는 생각도 하지는 않았을까.
이봄은 "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웃으며 "그러면 저를 좀 더 알아보시는 분들이 생기지 않을까요"라고 미소 지었다. "그래도 저를 모르는 분들이 많았을 텐데 레드카펫 위에 선 우리를 보고 환호해주셔서 좋았어요. 소중한 자리이고, 언제 또 있을지 모르는 자리니 행복했죠. 좀 더 열심히 해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선정된 영화 ’죄 많은 소녀’는 자살한 친구를 둘러싼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이봄은 자살한 친구를 바라보는 친구들과 선생님, 부모, 경찰 등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반 친구 중 한 명인 다솜으로 나온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흔하지 않지만 최근 사회 문제가 되는 학생들의 자살을 떠올리면, 또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소재가 이봄에게는 낯설었다. 고령 할머니의 죽음이 생과 이별하는 것에 대해 처음 느낀 슬픔의 감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본 적도 없고, 간접경험도 없어요. 그 자살에 대한 죄책감과 압박에 대해 상상하기 힘들었죠. 감독님이 추천하는 영화를 밖으로 안 나가고 하루에 4, 5편씩 보며 공감하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죄 많은 소녀’가 감독님에게 제일 많이 물어본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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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봄은 "이제 성인 연기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사진 | 유용석 기자 |
이봄은 최근 끝난 KBS2월화극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반장 박귀자 역으로 시청자들을 찾은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 역시 소녀들의 이야기였다. 이봄은 "밝은 분위기라 행복했다"며 "밤 새우고 찍는 데도 무척 좋더라. 사실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 회가 거듭되면서 이정희(보나 분)를 괴롭히거나 박혜주(채서진)를 질투하는 신이 추가됐다. 대구 출신이기에 사투리 대사도 편하고 애드리브도 재미있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아이돌그룹 출신인 우주소녀 보나가 주인공을 맡은 건 아쉽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봄은 "아이돌 연습생이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며 "’나는 배우로 시작했는데 내가 왜 주인공이 아니고 저 친구지?’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과연 내가 저 친구보다 그만큼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보나를 보면서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더라고요. 카메라 앞에 선 경험도 더 많고요. 연기도 잘하고 노래와 춤도 잘 추잖아요. 저요? 저는 그냥 연기만 적당히 하는 것 같아요. 레포츠나 언어가 좋아서 재미있게 하는 정도죠. 보나 같은 친구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이봄은 작품 활동을 하며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자주, 다양하고 작은 역할로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봄은 2003년 영화 ’선생 김봉두’로 연기 데뷔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다. 내성적인 그가 부모에게 처음 해달라고 한 부탁이 "연기학원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4개월 연기학원을 다니다가 ’선생 김봉두’에 캐스팅됐다. 몇몇 EBS 프로그램에 주인공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연기를 하지 않고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다니면서 다시 도약을 위해 실력을 다졌다.
"주변에서 대학교 가서 연기 공부하라고 하더라고요. 부모님도 연예계에 대해 잘 모르고, 아는 사람들도 없어서 그 조언을 따랐죠. 처음 연기한 뒤 10년 넘게 쉰 건데 잘한 선택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일한, 많은 유명하신 분들이 평범한 학창시절을 못 보내 아쉽다고 하신 인터뷰를 많이 봤거든요. 전 너무 좋았고, 지금 연기할 수 있는 상황도 너무 재미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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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봄은 "100번 넘게 오디션에 떨어져봤다"고 털어놨다. 사진 | 유용석 기자 |
그는 "배역을 맡겨주셨을 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매번 고등학생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이제 성인 연기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어릴 때도 연기 잘하고 유명해지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연기 잘하고 편안한 배우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