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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식과 성동일 천호진 배종옥 조달환…. 그나마 이들이 이름을 아는 정도의 배우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감독 김홍선)는 이 캐스팅 조합만으로는 '약체'라는 평가를 들었다. 흔히 말하는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름값 높은 배우들이 주인공이 아니기에 기대치가 낮을 법하지만 영화의 내용과 전개, 반전 등을 생각하면 색다른 캐스팅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을 정도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쫄깃한 전개와 반전 결말은 특히 흥미롭다.
백윤식과 성동일 천호진 등의 연기도 일품이다. 역시 연륜은 못 속인다.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다. 이제껏 수많은 연기를 해왔던 이들일 텐데도 뻔하지 않은 캐릭터 설정부터가 마음에 든다. 열쇠수리공과 전직 형사가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니…. 뻔하지만 또 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툭 하면 성질부리는 월세 독촉 집주인 할아버지 심덕수(백윤식). 그가 사는 아리동에 며칠 사이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그들 모두 자살한 것처럼 꾸며져 있고, 동네 사람들은 심씨 할아버지를 못마땅하게 바라본다. 월세 독촉 탓 자살을 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사 출신 박평달(성동일)은 30년 전 미제사건과 같은 수법의 살인이 또다시 시작됐다며 심씨를 설득해 범인 찾기에 나선다. 심씨는 "말도 안 된다. 우리가 어떻게"라고 거부하지만 어느새 둘은 콤비 플레이를 펼친다. 겉은 괴팍해 보이지만 속정은 따뜻한 심씨 할아버지에게 동생 같고 딸 혹은 손녀 같은 사람들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노쇠한 심덕수와 역시 변변찮아 보이는 박평달의 수사는 쉽지 않다. 또 평달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궁금증과 허무함이 생기는데, 과거 평달의 어깨를 짓누른 부채의식이 무엇인지 드러나면서 그의 집착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반드시 잡는다'는 화려한 액션도 없고, 엄청난 웃음이나 대단한 반전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스릴러 장르물의 재미와 쾌감이 강렬하다. 피해자와 범인, 범인을 쫓는 인물들의 심리 싸움도 탁월하게 표현했다.
배우
후반부 범인과의 대결 부분이 아쉬움이 없진 않으나 이 정도면 스타 캐스팅이 필요 없던 감독의 똑똑한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