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view] ‘1987’, 30년 전 그들이 오늘날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

↑ ‘1987’ 사진=CJ엔터테인먼트

[MBN스타 김솔지 기자] 시대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2017년 전 국민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던 모습은 오늘날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영화 ‘1987’(감독 장준환)에서 그려진 30년 전 그날은 현 시대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1987년 1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한다. 의문사로 덮일 수도 있었으나, 무고한 한 젊은이의 죽음을 접한 모두가 용기 있는 선택을 한다. 그 선택에 충실했던 행동이 사슬처럼 맞물리면서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냈다.

‘1987’은 모두가 한 목소리로 불의에 맞섰던 뜨거웠던 그 해, 1987년을 그렸다. 공안당국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무(無)논리의 끝을 보이는 말로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은폐하려 했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신념을 건 선택을 한다. 그들의 행동이 모여 광장의 거대한 함성으로 확산됐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며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격동의 시간이 영화 속에 생생하게 담겼다.

↑ ‘1987’ 사진=CJ엔터테인먼트

‘1987’은 영리한 구조 선택으로 초반부터 굉장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강력한 안타고니스트(악당)를 주축으로 프로타고니스트(주동인물)는 릴레이 하듯 차례로 등장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화장동의서에 날인을 거부한 검사(하정우 분), 진실을 보도한 기자(이희준 분), 진실이 알려지는데 기여한 교도관(유해진 분)과 그의 조카이자 87년생 신입생 연희(김태리 분) 등이 톱니바퀴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저마다 주인공으로서 활약했다.

‘1987’은 김윤석과 하정우를 비롯해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외에도 설경구, 김의성, 문성근, 우현, 유승목, 김종수, 조우진, 오달수, 고창석, 여진구, 강동원 등 ‘어벤저스 라인업’을 완성했다. 멀티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배우들은 역할의 비중을 떠나 각자의 위치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저마다 개성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한 작품에 모였지만, 온전히 영화 속 인물로 녹아들어 환상의 앙상블을 이루었다.

영화는 철저한 고증으로 1987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4만5000평의 부지에 오픈 세트를 지었고 연세대학교 정문부터 시청 광장, 명동 거리, 유네스코 빌딩, 코리아 극장 등을 되살렸다. 당시 건물의 사이즈부터 건축 자재 하나까지도 실제 그 시대 사용됐던 소재를 사용하며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했다.

‘1987’은 무게감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상업영화의 코드를 놓치지 않았다. 김윤석의 리얼한 연기력으로 서늘함을 안겼으며, 하정우의 맛깔나는 대사 소화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또한 보편적인 시민을 대변한 극중 연희를 통해 30년 전 그들이 오늘날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깊은 여운을 안겼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