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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바람바람’ 사진=NEW |
‘바람바람바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 분)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매제 봉수(신하균 분), 그리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분) 앞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이엘 분)가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되는 상황을 그린 어른들의 코미디다.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원작으로 한다.
전작 ‘스물’에서 재기발랄한 연출과 찰진 말맛 코미디로 자신만의 코미디 장르를 구축한 이병헌 감독이 이번에는 스물보다 스무 살은 더 많지만 여전히 철없는 어른들의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재치 넘치게 그려냈다.
특히 이병헌 감독만의 찰진 대사와 상황 개그는 적재적소에 녹아들어 코미디의 맛을 배가시켰다. 특유의 툭툭 내뱉는 건조한 대사는 전작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돼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병헌 감독은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에 ‘바람’ 소재를 접목시켰다. 이를 두고 불륜을 미화했다는 시선을 배제할 수는 없을 듯하다. 불륜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가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대부분 가볍게 웃어넘길 수 없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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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바람바람’ 사진=NEW |
‘바람바람바람’은 배우들의 노련한 코믹연기에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그 웃음이 썩 유쾌하진 않다. 어딘가 불편한 웃음을 초래한다. 소재를 두고 관객들의 시선에 따라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다. 특히 나이, 결혼 유무에 따라 영화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제한이 있어 보인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하다. 롤러코스터가 한창 짜릿하게 즐기다 뒤늦게 제자리로 돌아오면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처럼,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 흥미롭게 보다가도 소재를 곱씹다 흠칫하곤 한다.
국내에서 다루기 민감한 코미디와 불륜의 조화지만, 그럼에도 이병헌 감독의 센스와 기발한 연출력이 곳곳에 묻어난다. 자극적인 소재를 관객들에 어긋나지 않게 전달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여기에 이성민, 신하균, 송지효, 이엘 등 배우들의 열연은 환상적이다. ‘바람’을 몰고 다니는 석근 역의 이성민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는 물론, 능숙한 강약조절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신하균은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변화하는 캐릭터를 다채롭게 그려냈다. 특히 이성민과 신하균은 극중
송지효는 남매 석근 역의 이성민, 남편 봉수 역의 신하균과 찰떡 케미를 자랑하며 완벽한 생활 연기를 펼쳤다. ‘바람’의 여신 제니 역의 이엘은 치명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를 예고했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