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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티`에서 그렇게 잘한 김남주는 "이제 더 잘하고 싶어졌다"며 웃었다. 제공 I 더퀸AMC |
오랜 기간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온 김남주(47)가 ‘시청률의 여왕’에서 ‘연기의 신’으로 거듭났다. 이른바 ‘고혜란 신드롬’을 일으키며 JTBC 드라마 ‘미스티’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남주. 배우로서 모든 걸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 인생 ‘제2의 황금기’를 맞은 그가 의외의 발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배우가 되길 잘 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한 것.
종영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주는 마치 TV에서 튀어 나온 듯, ‘미스티’ 속 고혜란의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세련된 슈트 차림에 인형 같은 비주얼, 똑 부러지는 말투와 사람을 끄는 마성의 매력까지. 다른 게 있다면 철철 넘치는 인간미와 털털한 성격, 놀라울 정도의 솔직함이다.
2009년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억척스러운, 하지만 인간미 넘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천지해로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 그가 이번엔 정반대의 세련되고 성공밖에 모르는 팜므파탈의 악녀로 완벽 변신했다. 대한민국 최고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완벽한 삶을 위해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인물로 설정돼 있어 욕심은 났지만 부담스럽고 자신이 없었다”고 운을 뗀 그는 “결정하기까지 가족의 힘이 컸다. 딸 라희의 놀림(?)이 하나의 자극이 되기도 했고.(웃음) 아줌마가 돼 버린 나의 외모에,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않은 공백기에 대해 아이가 말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에 자극을 받은 게 사실이고 무엇보다 남편 김승우의 적극적인 권유와 응원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승우씨가 대본을 보더니 ‘반드시 해야 할 드라마’라고 했어요. 연기적으로 새로운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딱 네가 해야한다고요.(웃음) 대본 자체가 워낙 재미있었고 제작진에 대한 믿음도 물론 있었죠. 사실 훨씬 더 어릴 때 앵커 역할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고, ‘팜므파탈’ 연기도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멜로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내조의 여왕’을 결심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그걸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꺼번에 했네요. (웃음)”
연기 변신도 변신이지만 비주얼 또한 중요했던 캐릭터. 예민한 고혜란을 잘 표현하기 위해 탄수화물을 끊는 등 철저한 식단 관리로 46kg까지 몸무게를 줄였단다. “배우가 아니었으면 절대 못 했을, 정말 혹독한 다이어트였다”는 그는 “식단 관리를 철저하게 했고 굶기도 했다. 한식을 먹어봤자, 하루에 김밥 한줄, 혹은 ‘컵 누들’ 하나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촬영하면서 어지러울 때가 있을 정도로 정말 힘들었다. 의상을 피팅할 때면 ‘너무 마르셨다, 근데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아, 이렇게 계속 유지해야 하는 거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유지했다”며 회상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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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독한 다이어트로 고혜란 앵커를 완벽하게 소화한 김남주. 제공 I 더퀸AMC |
스스로 지금을 바로 ‘배우 인생의 최대 황금기’라고 칭할 만큼 만족감을 드러낸 그에게 “배우가 되길 잘 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으니, 뜻밖에 머뭇거린다. 그러더니 “아니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대로 반전이다.
“사실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도 제가 배우가 된 게 너무나 신기할 정도로, 전 재능도 이 분야에 대한 꿈도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었거든요. 어쩌다 보니 배우의 길에 들어섰고, 지금까지 오게 되긴 했는데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너무나 힘들고 어려웠어요. ‘내가 천재 예술가였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실제 그런 배우들을 보면 너무나 부럽기도 했고요. 매번 제가 가진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지하면서 더 치열하게 노력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어렸을 땐 현모양처가 되는 게 꿈이기도 했고요.”
오히려 지금에서야 더 욕심이 생겼단다. 지켜봐주고 응원해준 이들이 더 많아졌고, 소중한 가정이 생긴 만큼 용기도 더 커졌다. 그는 “이 길에 들어선 후 한 번도 확신에 찬 적은 없었지만 정말 노력하면서 온 건 맞다”면서 “워낙 후회하거나 부정적인 성격은 아니어서 긍정적인 생각과 주변의 도움, 나름대로의 소신으로 버텨왔다. 그리고 이제는 더 잘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가 되길 잘 했다기 보단, 열심히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행복한 지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며 다시금 활짝
오랜 공백기 끝에 성공적 복귀를 한 만큼 차기작에 쏠린 관심도 크다. 김남주는 “얼마 남지 않은 50세 전까지 한 작품을 더 하고 싶다”며 “차기작을 고르는데 있어 보다 신중해졌다. 이번 ‘미스티’를 선택한 것처럼 아무 작품이나 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