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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되어 적을 잡는다.” 늘 보던 연인이 새삼 다르게, 새로워 보일 때가 있다. 친숙한 듯 낯선, 그렇지만 그것이 결코 불편하거나 부정적인 거리감이 아닌 새삼 더 매력적으로 신선하게 다가올 때, 우린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금 사랑에 빠지고야 만다. 영화 ‘독전’처럼 말이다.
올해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독전’(감독 이해영)이 지난 15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오로지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안 썼던 뇌 근육을 써보는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그동안 숱하게 만나 온 흔한 범죄극과는 다르다. 요소마다 딱 한 끝씩 다른 그 결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웰 메이드 범죄극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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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형사, 검은 조직 등 소재들은 역시나 진부하다. 그러나 영화는 어느 곳에서도 진부함이 느껴지질 않으니,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독특하고도 독한 캐릭터들이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 안에 질서없이 하지만 기막힌 발랜스를 지키며 툭툭 포진해 있다.
원호(조진웅)를 중심으로 마치 ‘도장깨기’ 하듯 강력한 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하는데 캐릭터 간 얽히고설킨 관계는 생생하고도 이색적으로 그려져 있다. 볼거리와 팽팽한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
이는 제작 단계부터 충무로 최고의 시나리오라 극찬을 받았던 것은 물론 배우들 모두 입을 모아 칭찬했을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각본의 힘이다.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은 저마다가 생생하고도 처절하게 살아 있다.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개연성은 물론, 제각각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신념으로 끝이 달라지는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누가 누굴 죽이고 살아남는 것보다도 이들이 어떤 생각과 선택을 했는지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되는 독특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들 사이에서 논리들이 어긋나지 않고 전체적인 발렌스는 기가 막힐 정도로 탁월하다.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일이 진행돼 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재미와 긴장감은 물론 감독과의 소통이 이뤄지는 지점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또 어떠한가. 조진웅은 마약 조직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미친 형사 원호에 완벽 빙의돼 우직하게 극을 이끌어간다. 차례로 만나는 독한 캐릭터들을 마주하며 더 독해져 가는 동시에 이들 사이에서 묵직한 중심축이 돼 전체를 아우르는 안정감 있는 내공을 발휘하는 것.
마약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뒤 원호의 수사에 협조하게 되는 락으로 분한 류준열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로 가늠 불가한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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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감각과 영화감각의 점점, 독창적인 리듬감으로 장르적 재미를 살리고 완벽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퀄리티를 높인, 무엇보다 개성과 조화가 돋보이는 반가운 웰 메이드 범죄극의 탄생에 반가울 따름이다.
오는 5월 22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3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