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정의 직구리뷰]‘인랑’ 어, 어떡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일본 명작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하는 데 있어 부담감과 걱정이 컸어요. 워낙 실패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저 역시 그런 소리를 듣게 되면 어쩌나…두려웠죠."(김지운 감독)
안타깝게도 우려는 현실이 됐다. 단지 난해한 세계관과 무한한 상상력을 품은 2차원 만화를 실사화 하는 데 따른 리스크를 넘어 총체적 난국이다. 원작을 감안해도, 이를 배제하고 독립된 작품으로 보더라도 어떤 의미에서든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다.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인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랑’(감독 김지운)은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한국 정서에 맡게 각색했다. ‘충무로의 스타일리스트’로 통하는 김 김독다운 비주얼적 강점이 유일한 관전 포인트다.
애니메이션 속의 배경이 세계대전 패전국이 된 일본인 반면, 영화 속 배경은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불환전한 통일을 이룬 한국으로 그려진다. 극심한 빈부 격차, 내전(內戰)에 가까운 반정부 세력과 정부의 대결, 쉽게 융합될 수 없는 사상의 차이 등 어지러운 상황은 일치 된다.

주인공인 임중경(강동원 분)은 반정부 세력 테러조직인 ‘섹트’를 잡아내는 잔혹한 특수기동부대 대원이다. 조직에 대한 충성과 섹트의 일원이자 연인 이윤희(한효주 분) 사이에서 끝없이 고뇌하는 그의 ‘격한’ 로맨스를 골자로 모두가 두려워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 병기 ‘인랑’의 실체를 밝혀가는 이야기를 양념으로 친다.
원작의 톤을 살려 폭력적인 주제를 냉철하고 담백하게 묘사하는 한편, 비주얼 적인 면에서는 감독만의 특기를 살려 차별화를 꾀한다. 하지만 갈등의 핵심이 되는 이윤희가 몰린 상황 설명이 불친절한데다 그와 임중경의 로맨스는 모든 면에서 작품과 전혀 어울리지 않고 따로 놀아 근본적으로 몰입이 힘들다. 여기에 임중경과 그의 상사 장진태(정우성 분)와의 갈등은 진부함을 넘어 오글거릴 정도다.

SF에 대한 새로운 해석, 감정에 집중한 서사는 새롭지만, 결과적으로는 썩 바람직한 도전은 아니었던 것. 만화적 설정을 작위적으로 영화에 끼워 맞춘 것 같은 인상은 지울 길이 없고 작품의 제목인 ‘인랑’의 존재는 그리 위협적이지도, 정체가 궁금하지도 않으며, 밝혀졌을 때 별다른 감흥도 없다. 로맨스와 액션, SF가 모두 존재하지만 한 장르만의 장점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이도 저도 아닌 정체불명의 로맨스로 완성됐다.
정우성, 강동원, 한효주, 김무열, 한예리 등 내로라하는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이 같은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눈의 즐거움 외 어떤 매력적인 장치로도 작용하지 못한다. 액션의 향연이 펼쳐짐에도 박진감이 점점 줄어드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지만 ‘인랑’의 경우는 좀 다르다. 우려가 컸음에도 더 큰 안타까움이 남으니 말이다. 명감독, 스타 배우, 대자본이 모두 준비 돼도 결과물은 아쉬울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7월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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