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view] ‘인랑’,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너무 많다

↑ ‘인랑’ 포스터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MBN스타 김솔지 기자] 탄탄한 원작을 넘어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걸작 SF 애니메이션 ‘인랑’을 한국적인 설정으로 재창조했지만 영화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욕심이 과했다.

‘인랑’은 남북한 통일준비 5개년 계획 선포 이후 민생이 악화돼 혼돈에 빠진 2029년 대한민국에서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와 그들을 진압하는 특기대 비밀 조직 인랑의 대결, 그리고 그 안에서 고뇌하는 임중경(강동원 분)의 성장을 그렸다.

‘공각기동대’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 원작의 1999년 판 애니메이션 ‘인랑’은 김지운 감독의 손길을 거쳐 근 미래 한국을 배경으로 재창조됐다.

단 한 번도 장르 반복 없이 언제나 새로운 장르 영화의 재미를 선사했던 김지운 감독은 ‘인랑’을 통해 처음으로 멜로, SF 장르에 도전, 여기에 액션, 느와르, 그리고 스파이 장르까지 접목시켜 다채로운 재미를 전하고자 했다.

그러나 한 작품 안에서 여러 이야기가 뒤엉키며 각 장르의 매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지 못해 산만하다. 초반 남북통일을 두고 세 조직의 대립을 거창하게 끌고 나갔지만, 임중경과 이윤희(한효주 분)의 만남이 시작되고 로맨스에 무게가 실리며 이야기의 균형이 무너졌다.

더군다나 남녀주인공의 개연성 없는 로맨스는 공감을 이끌어내지도,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도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조직과 개인의 갈등에 대한 메시지도 와 닿지 않는다.

비주얼 면에서는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화려한 총기 액션과 위험천만한 카체이스는 강렬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표현됐다. 단,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여겼던 강화복 수트를 입기 전까지. 40kg에 육박하는 특수 강화복 수트를 제작해 원작의 강화복이 얼마나 리얼하면서도 새롭게 그려질까 기대를 모았지만, 어딘가 유치하고 촌스러운 비주얼은 원작팬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다.

영화는 훌륭한 제작진과 화려한 배우 군단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 받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너무 많아 뭘 먹어야 맛있게 먹었다고 소문날지 고민하게 만든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