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상류사회`로 관객들을 만나는 박해일. 사진|유용석 기자 |
어떤 질문에도 솔직하고 유쾌한 답변을 이어가던 박해일은 ‘연기’ 그리고 ‘작품’에 대해서는 한층 더 진지하고도 진솔해졌다.
‘믿고 보는 배우’, ‘천의 얼굴’ 등 동료들도 부러워할 만한 수식어를 지닌 그에게 “슬럼프를 경험한 적은 없냐”고 물으니 “매순간 찾아온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굉장히 옥죄는 스타일이고 어떤 작품을 하든지 연기에 대한 고민이 심한 편이에요. 거의 모든 작품에서 슬럼프를 경험했다고 해야 할까요?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극도의 긴장감(?) 같은 걸 움켜쥐고 살아왔죠. 글쎄요, 그런 부분 때문에 의도치 않게 어떤 이미지나 선입견이 생기기도 하는데 모든 게 맞기도 하고 또 틀리기도 해요. 사실 그간의 캐릭터에서 오는, 혹은 제가 선택한 출연작에서 생긴 어떤 이미지들이 있는데 그것도 저의 어떤 모습 중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금은 유연해진 자신의 모습을 두고 ‘얻은 것이자 잃은 것’이라고 고백했다. “데뷔 초와 지금의 저를 보면 굉장히 다르게 보는 분들도 계실 거다. 예전엔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말도 잘 못하고 항상 어쩔 줄 모르는 떨림이 있었으니까”라며 운을 뗀 그는 “그 복합적인 일종의 ‘쫄림’ 같은 게 사실 어떤 면에서는 굉장한 힘이더라.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여유도 생긴 장점이 있는 반면 그로 인해 배우로서는 결코 억지로 만들 수 없는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놓았다.
“기본적으로 어떤 이유에선지 불안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었고, 한 작품을 시작해 마치기까지 스스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온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포기하거나 극복하거나,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는데 때로는 나 자신을 방치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러다보면 답이 없지만 또 답이 보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한 작품 한 작품씩…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 `믿보배` 박해일은 뜻밖에도 작품마다 슬럼프에 빠진다고 고백했다. 사진| 유용석 기자 |
박해일은 “어떤 작품이든 내가 맡았던 캐릭터, 그와 보냈던 공간과 시간, 당시의 추억들이 내 내면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상류사회’ 역시 당장은 알 수 없지만 분명 언제가 문득 내가 느끼게 되는 어떤 흔적을 남길 거라고 생각한다. 시작은 새로운 도전, 안 해본 것에 대한 또 다른 경험이었지만 그 이후의 의미는 좀 더 지나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모든 영화가 사실 그러하니까요. 워낙 현실이 영화를 압도하는 요즘이라 이런 이야기, 소재
박해일 수애 주연의 ‘상류사회’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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