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무심결에 TV를 켜니, 배우 유재명이 노숙자로 나와 “반가워”라며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개천에 간이텐트를 치고 붉은 핏물이 밴 옷을 개천에서 빨고 있는, “이렇게 외진 곳에서 한 명만 죽였을까?”라며 섬뜩한 농을 서슴없이 던지다가도 “내 전 부인이 저기 저 아파트에 살고 있지”라며 애잔한 사연을 풀어놓는. 어떤 역할이든,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무서운 그의 연기에 결국 끝까지 보고야 말았다.
유재명의 연기는 그렇다. 의식하거나 찾아보지 않아도, 어느새 빠져든다. 유재명이 그 인물을 연기하는 건지, 그 인물이 유재명을 따라온 것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캐릭터 그 자체로 진솔한 연기를 펼치는 그이기에 매번 어떤 역할로 만나느냐에 따라 새롭고 또 놀랍다.
얼마 전 ‘명당’ 개봉을 앞두고 만난 유재명은 조승우‧지성‧백윤식 등과 함께 연기를 맞춘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답했다.
자신을 “촌스럽고 심심한 사람”이라고 평한 그는 “그냥 연기가 좋아서, 너무 하고 싶어서 해오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평소 팬이었던 대단한 배우들과 호흡하고 생각지도 못한 관심과 사랑에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자신은 대중 앞에 서기에, 무언가를 보답하기에 세련된 매너도 화려한 무엇도 없다며 연신 “계속 나다워도 될지 모르겠다”며 읊조렸다. 자신을 낮추며 답변 하나 하나에 꾸밈없이 진솔함을 담는 모습에 절로 뭉클해지기도.
아주 오랜 기간 연극 무대에서,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꾸준히 연기를 사랑해 온 결과이자 소박하고 솔직하고 배려심이 많기로 소문난 성품이 연기에 고스란히 묻어난 셈이다. 그를 오랜 기간 지켜본 한 관계자는 “많은 배우들을 봐왔지만 유재명씨는 알수록 더 진한 향기가 나는 사람이다. 그의 연기 또한 그렇다. 질리는 법은 없다. 볼수록 더 빠져들고 지나친 듯 다시금 기억난다. 그의 연기가 가진 진짜 힘, 진가가 아닐까 싶다”면서 “뒤늦게 대중에게 알려진 만큼 아주 오랫동안 그의 연기를 보고 싶다”며 진심을 전했다.
색깔이 없어 어떤 색깔이든 자유롭게 입힐 수 있는, 연기로 진
한편, 유재명의 신작 ‘명당’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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