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서현 "모든 걸 걸었던 `시간`, 후회 없어요"

↑ 배우 서현은 드라마 '시간'에 모든 걸 걸었다고 밝혔다. 제공｜한신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드라마건 영화건 작품의 제목이 주는 의미는 늘 의미심장하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극중 여주인공 설지현 역을 맡은 서현에게 ’시간’은, 캐릭터가 견뎌야 할 인생의 무게만큼이나 큰 무게를 서현에게 건넨 시간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김정현 분)의 중도 하차라는,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 아직은 걸그룹 소녀시대라는 인상이 강한 서현(본명 서주현, 27)은 이제 갓 지상파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을 처음 맡은 아직은 풋내 나는 연기자지만, 이 엄청난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차세대 연기파 여배우로 우뚝 섰다.
"정말 많은 경험이 됐던 작품이에요. 연기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감정의 폭이 굉장히 넓고 슬픔의 깊이를 표현하는 게 정말 어려웠던 작품이었어요. 단순히 누가 죽었을 때의 슬픔 이상으로, 가족의 죽음이 슬픔의 시작점인 것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이 작품에 들어갈 때 각오가, 모든 걸 걸고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다른 스케줄 다 거절하고 오로지 설지현으로 살려고 노력했어요."
’시간’ 속 설지현은 동생과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에 무너지지 않고 가족의 죽음 뒤에 감춰진 권력층의 검은 비밀에 정면으로 맞서는, 평범했던 소시민에서 일종의 ’투사’로 변모하는 인물이다. 지독하리만큼 절망적인 설정을 견뎌내는 인물이었던 만큼, 서현은 ’시간’을 위해 자신의 일상까지 180도 바꿨다.
"촬영하지 않을 때도 서현으로 돌아오기보다는 계속 설지현으로 살아가야 인물의 슬픔과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결국 부모님과 함께 살던 그는 5개월간 ’가출’했다. 바쁜 스케줄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부러 사람들과의 만남에도 담을 쌓았다. "매 순간 진짜를 연기하고 싶다"고 한 서현을 그렇게 자신을 지워내고 오롯이 설지현으로 거듭났다. 작품을 마친 뒤 며칠 동안 꽤 심하게 앓았다. 진정한 ’후유증’이었다.

↑ 배우 서현이 '시간' 종영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다고 고백했다. 제공｜한신엔터테인먼트

작품 자체도 만만치 않았지만 ’시간’의 악재였던 남자 주인공 김정현의 하차는 서현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서현은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승화시켰다.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한 것 같아요. 사실 두려웠지만, 내가 힘들면 모두가 힘들어지겠구나 싶었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했어요. 많이 버거웠지만, 무조건 해낸다는 생각만 했죠."
몰입하고 부딪친 만큼,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느냐 묻자 서현은 "성장하려 노력했다"고 간접 답변을 했다. "전작 ’도둑놈, 도둑님’ 이후 6개월 만에 ’시간’으로 다시 시청자 앞에 선 건데, 사실 차기작을 이렇게 빨리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전작에서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부었기 때문에, 이번엔 100% 집중하고 몰입할 수밖에 없었어요. 결과는 어떤지 몰라도 제가 선택해서 하니까 후회는 많이 안 남는 것 같아요."
마니아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에도 불구, ’시간’ 시청률은 평균 3%대로 저조했다. 하지만 시청률에도 서현은 의연했다. 그는 "처음부터 기대를 안 했다. 대박 시청률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 작품이 아니었고, 이렇게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잘 해보자는 마음이 컸던 작품이었다.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아쉬움도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시청률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드라마 속 서현에 대한 평가만큼은 꼭 챙겨봤단다. "내 발전을 위해서였다"면서 "챙겨봐야 하는 것은 본다"고 말했다. 악플에 대해서도 "예전엔 상처 받았지만 지금은 전혀 안 받는다. 그냥 그 사람들의 생각 정도로 여긴다"며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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