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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미스티’ 3화. 남성이 나가라고 하는 여성의 말을 무시하고 “사실은 너도 원하잖아“ 등의 말을 하며 입맞춤을 시도한다. 여성은 “미친놈”이라고 말하지만, 남성은 아랑곳 않고 여성의 몸을 잡아 돌려세운다. 여성의 의사는 장면의 처음에만 정확하게 등장한다.
SBS ‘키스 먼저할까요’ 13화. 남성이 여성에게 “너한테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요지로 윽박지르며, 팔을 마구 잡아 끌고 있다. 여성은 놓으라고 말하지만 남성은 말을 듣지 않는다.
최근 데이트 폭력이 이슈화 되며 TV 드라마, 영화 속 데이트 폭력에 대한 대중들의 경계심도 더해지고 있다. 인기 드라마 속 데이트 폭력은 로맨스로 둔갑돼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나가던 여성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후 “나랑 사귈래요” 하거나, 벽으로 몰아넣은 후 강제로 추행하려 해도 ‘츤데레’로 그려진다. 여성과 동의 없이 이뤄지는 행동이 대부분이지만, 박력있는 남자의 애정 표현으로 포장돼 폭력 불감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벽치기’ ‘기습키스’ ‘손목잡고끌기’ ‘강제 입맞춤’ 등은 남자 주인공들이 여자를 사로잡을 때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애절하고 절절하게 그려진다고 해도 환호성만 지를 때가 아니다.
최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이같은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 여성민우회가 모집한 40명의 모니터링단은 지난 2017년 7월에서 2018년 6월까지 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 유료 케이블 방송채널 등 9개 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 120개 2946편을 모니터링해 625건의 문제 장면을 분석했다.
그 중 강제적인 신체접촉이 57.51%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행동통제(14.07%), 스토킹(8.38%), 언어폭력(7.57%) 순이었다. 이어 납치 및 차에 강제로 태워 운전(1.89%)을 하거나 기물파손 및 물건 부수기(1.08%)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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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분위기를 극대화 하기 위해 배경음악 깔기, 클로즈업, 슬로우 모션 등이 곁들여졌다.
모니터링 대상인 전체 9개 로맨스 관계에 있는 경우가 45.12%로 가장 많았다. 준로맨스 관계와 짝사랑 관계가 뒤이어 폭력적 장면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성희롱이 드라마 속에서는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로 소비되는 장치인 경우가 있다. 장소는 지하철, 직장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경우 피행위자인 여성의 문제제기 및 당황스러움이 드라마 속에서 그대로 드러나게 되지만, 이것이 부당하고 장난스러운 것으로 묘사하고 치부하면서, 그 자체의 심각성을 삭제시키고 웃음거리로 소비한다.
여성민우회는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드라마의 클리셰 중 하나가 바로 ‘일방적인 애정고백과 표현’이다. 여성이 상대방에 대해 어떤 의사를 가지고 있느냐 상관 없이 전화나 직접 만나서 이뤄지는 애정표현·선물공세 등이 사랑의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속 장치로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어려운 숙제인 동시에 모방범죄나 그 파급력을 생각하면 분명 예민하고 섬세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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