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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신시컴퍼니 |
<공연리뷰> 연극 ‘대학살의 신’ 점잖 떠는 우리 안엔 짐승이 산다
교양 있는 ‘척’ 하기는. 결국 우리 인간의 혈관에는 ‘교양’이 아닌 ‘막장’의 피가 흐른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지식인의 허상을 유쾌하고 통렬하게 꼬집는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소년의 이빨 두 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렝(남경주 분)과 아네뜨(최정원 분)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송일국 분)과 베로니끄(이지하 분)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내용은 이렇다. 미셸과 베로니끄의 집에 알렝과 아네뜨가 찾아온다. 단순히 친목도모가 아닌 다른 이유로 네 사람은 만나게 된다. 바로 11살의 두 소년 브뤼노와 페르디낭이 놀이터에서 싸움을 벌여 페르디낭에 맞은 브뤼노의 이가 두 개 부러졌기 때문. 결국 브뤼노의 부모인 미셸과 베로니끄와 페르디낭의 부모 알렝과 아네뜨는 아이들의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네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상한 인물인 듯 교양을 떨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들이다. 가장 먼저 그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건 바로 알랭이다. 속물 변호사 알랭은 전화 통화를 통해 그의 속물근성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아네뜨는 가장 상냥해보이지만 남편에 대한 불만에 결국 폭주하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가장 교양있는 인물인 척 하는 건 바로 베로니끄다. 베로니끄는 아프리카의 문제를 비롯해 세계 평화를 생각하는 인물이지만, 결국엔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꼰대 중의 꼰대’다. 그리고 평화주의자인 척 하는 미셸은 아홉 살 딸의 햄스터를 죽이는 매정함을 드러낸다. 결국 네 사람의 만남은 파멸로 끝날 것임이 예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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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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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신시컴퍼니 |
특히 이번 ‘대학살의 신’ 공연에는 2017년 공연 당시 출연했던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이 그대로 캐스팅돼 함께 한다. 같은 캐스트가 아니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던 만큼,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난 네 사람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오는 3월 24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shiny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