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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하숙’ 나영석 PD 사진=DB(나영석) |
프로듀서 나영석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이다. 나영석 PD가 새로운 예능을 기획한다는 이야기만 들려도 많은 이들이 즉각 반응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01년 KBS 27기 공채로 출발선을 끊은 나영석 PD는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해피선데이’ ‘인간의 조건’ 등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그중에서도 ‘1박 2일’은 대히트였다. 최고 시청률 50%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함은 물론 향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연출 스타일도 기존과 달랐다. ‘1박 2일’의 등장 전까지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제작진이 방송에 개입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출연진과 예사로 말싸움을 하고 게임을 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제작진 대 출연진 대결 구도는 프로그램만의 시그니처가 됐고, 몇몇 스태프는 지속적인 관심을 끌었다.
tvN으로 이적한 후 더욱 독보적인 행보를 선보인 나영석 PD의 최근 관심사는 ‘낯선 곳’ 그리고 ‘밥’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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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시세끼’ 포스터 사진=tvN |
나영석표 끼니 예능의 서막 ‘삼시세끼’ 시리즈
2014년 시작된 tvN 예능 ‘삼시세끼’는 정선 1, 2편, 어촌 편, 고창 편, 바다목장 편으로 시리즈를 이루고 있다. 나영석 PD는 ‘삼시세끼’를 통해 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가장 어렵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를 담았다.
출연진은 촬영 장소에 도착함과 동시에 투덜거리지만 이내 짐을 풀고 앞길을 모색한다. 식재료 공급 문제부터 매 끼니 메뉴 선정까지, 아주 근본적인 고민을 제각각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웃음이 발생하고 힐링 포인트가 샘솟는다.
끼니를 때우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텃밭에 가꾼 채소들을 뽑아 간단한 비빔밥 한 그릇이라도 만들어 먹어야 한다. 고기가 먹고 싶으면 제작진이 제시하는 노동을 해서 대가를 받는 방식이다. 또 농밭 농사, 옥수수 밭 가꾸기, 동물 기르기 등 매 에피소드마다 주어지는 일종의 미션도 성실히 수행해야만 한다.
‘어떻게든’ 밥을 먹기 위해 애쓰는 이 과정 자체가 값지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 고찰할 수 없었던 수많은 것을 새로이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물론 출연진의 목표가 공통적이라는 것도 프로그램 샛길로 빠지지 않는 중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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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식당’ 포스터 사진=tvN |
낯선 타지와 밥이 만나면? ‘윤식당’
나영석 PD가 이번에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tvN 예능 ‘윤식당’은 해외에서 작은 한식당을 차리고 가게를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재미있는 건 ‘우리 한식 최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메인 요리사 윤여정과 보조 이서진, 정유미, 신구, 박서준이 꾸린 윤식당의 메뉴는 전부 한식이다. 프로그램이 지름길로 가기 위해서라면 한식 전파라는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그러나 나영석 PD는 낯선 곳에 던져진 출연진이 가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윤여정은 무릎 통증을 느끼면서도 몇 시간이고 서서 김치전을 부친다. 정유미도 장시간 서서 호떡 반죽에 바나나를 넣는다. 홀 담당인 이서진과 박서준, 신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전날 밤부터 열심히 준비한 요리를 많은 손님이 맛 볼 수 있기를 시청자도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게 된다.
잘 생각해보면, 한국 유명 연예인들이 낯선 타지에서 한식을 만들어 외국인에게 선보이는 모습 자체가 시청자들에겐 매우 생소하다. 하지만 낯설지는 않다. 오히려 그들의 이면을 관찰할 수 있어 흥미롭다. 여기에 그들이 만든 요리를 싹싹 비우는 손님들을 보며 덩달아 배부른 느낌까지 들게 만드는 건 역시나 나영석 PD의 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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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하숙’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 포스터 사진=tvN |
밥도 주고 잠도 재워주고 다 퍼주는 ‘스페인 하숙’
나영석 PD가 밥만 만드는 걸로는 부족했던 걸까. 이제는 밥은 물론이고 잠도 재워준다. 필요하면 뭐든 해준다.
지난 15일 첫 방송된 tvN ‘스페인 하숙’은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소중한 추억과 선물이 될 식사를 대접하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삼시세끼’ 멤버 유해진과 차승원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새로이 합류한 배정남까지, ‘차배진’ 트리오가 완성됐다.
제각기 다른 사연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이들은 우연히 들어선 스페인 하숙에서 뜻밖의 기쁨을 마주한다. 그곳에는 따뜻한 한 끼 밥이 있고 깨끗한 잠지리가 있다. 무릎이 아프면 손수 관절 테이핑을 해주고 불편한 점은 무엇이든 개선한다.
‘스페인 하숙’의 큰 축은 요리부와 설비부로 나뉜다. 요리부 차승원과 배정남은 정말 주구장창 요리만 한다. 두 사람이 부엌을 벗어날 때는 장을 보러 가는 순간뿐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설비부 유해지는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인다. 이번에는 보조가 없는 탓에 막내 스태프와 함께 손발을 맞춘다. 하숙집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빠르게 캐치해 뚝딱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걸 보고 있노라면 경이롭다.
나영석 PD는 ‘끼니’라는 주제를 다양하게 변주해 프로그램에 녹여냈다. 그에게 한 끼 식사가 가지는 의미는 대체 무엇일까.
‘스페인 하숙’ 기자간담회 당시 나영석 PD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장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사치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끼니를 먹어야 한다. 영양분 섭취뿐만 아니라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욕망,
나영석 PD가 선보이는 맛있는 한 끼에서 피어오른 소박한 희망 한 덩어리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꽉 채우고 있다.
MBN스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