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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노무현과 바보들’ ‘노무현입니다’ 포스터 사진=인디스토리, CGV아트하우스, 오키넷, (주)라이크콘텐츠 |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감독 김재희)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기억과 입을 통해 듣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난 3년간의 기획을 통해 80명의 인터뷰이가 모여 부림사건, 국민참여경선, 대통령 당선의 순간, 서거 이후 현재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노무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는 ‘노무현과 바보들’ 이전에도 존재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감독 전인환)와 이듬해 개봉한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 역시 노무현에 얽힌 기억을 더듬었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개봉 당시 관객 약 19만 명을 동원했다.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외쳤던 노무현은 2000년 당선이 확실시 됐던 지역구를 뒤로 하고 부산 총선에 출마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영화는 무모하지만 신념으로 가득 찼던 노무현의 도전에 2016년 여수 총선에 출마한 백무현의 도전을 합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그들의 도전은 큰 울림을 선사하며 노무현을 기억하는 첫 다큐멘터리로 남았다.
‘노무현입니다’는 영화보다도 더 드라마틱했던 2002년 국민참여경선 당시를 현재로 불러냈다. 지지율 2%의 꼴찌 후보에서 대선후보 1위가 되기까지 험난하면서도 희열 넘치는 과정이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좌절할 법한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던 노무현의 드라마틱한 인생은 많은 이들을 웃기고 울렸다. 또한 유명인사를 비롯한 몇몇 인터뷰이의 이야기는 이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하게 한다. ‘노무현입니다’는 개봉 당시 185만 관객을 동원하며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판단의 척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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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컷 사진=오키넷, (주)라이크콘텐츠 |
앞선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각각의 방식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에 어쩌면 ‘노무현과 바보들’은 핸디캡을 안고 출발선에 선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사모’ 회원 80여 명의 생생한 증언은 노무현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돈도 줄도 빽도 없는 노무현을 응원한 지지자들의 시각으로 한 인간으로서 노무현을 재조명한 것이다.
‘노무현과 바보들’에 출연한 인터뷰이들이 처음 노무현을 지지한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한창 인기였던 PC통신을 중심으로 모인 회원 중 대다수는 그저 한 번 호기심에 노사모에 가입했다. 하지만 단순한 흥미는 인간 노무현에 대한 궁금증으로, 그 다음에는 ‘내 자식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다르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번졌다. 그렇게 마침내 한마음으로 뭉친 사람들은 노무현의 무모한 도전을 실현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여기서 멈춘다면 ‘노무현과 바보들’이 앞선 두 다큐멘터리와 큰 차이점을 남기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대통령 당선 이후 노무현의 외로움을 조명한다. 남들이 보기엔 종착지처럼 보이는 ‘당선’이 노무현에게 더욱 큰 시련을 안겼고 고독과 외로움을 남겼다. 그를 끌어내리려던 세력은 갖가지 이유를 들며 끊임없이 공격했고, 망신을 주는 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결국 노무현은 당선 후에도 지독한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김재희 감독은 과거의 노무현을 통해 현재에 일갈한다. 정치를 향한 관심을 놓는 순간 과거 비극은 되풀이되고, 우리는 또 암담한 현실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다. 모두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느껴질 때에도 경계를 풀어선 안 된다고 말이다.
이렇듯 다큐멘터리 속 노무현은 다양하게 변주되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