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존재감이 빛날 땐, 더군다나 해당 소재가 굉장히 민감한 사회 문제일 경우엔,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강하게 일깨우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길 때다. 어떤 메시지가, 그 진심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다시금 잊었던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때, 비로써 힘겹게 참아낸 시간이 참 의미로 다가온다. 안타깝게도 ‘어린 의뢰인’은 어떤 면에서든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듯하다.
진정성만으로, 바람만으로, 그리고 끔찍한 현실을 재현하는 것만으로는 영화의 완성도를 보장할 순 없다는 걸 증명한 아쉬운 일례로 남을 듯하다.
인생 최대 목표는 오직 성공뿐인 변호사 정엽(이동휘). 주변에 무관심한 그에게 자꾸만 얽히는 ‘다빈’과 ‘민준’ 남매는 귀찮기만 하다.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렸던 대형 로펌에 합격하게 된 그는 이들 남매가 학대당하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외면 한 채 서울로 향한다.
그리곤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듣게 된다. 10살 소녀 ‘다빈’이 그토록 우애가 깊었던 7살 남동생을 죽였다는 충격적인 자백. 뒤늦게 미안함을 느낀 정엽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다빈의 새 엄마인 지숙(유선)의 숨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 |
그동안 남다른 개성으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 온 이동휘는 이번 작품에서 굴곡진 인물의 내면을 절절하게 연기해내지만, 사건의 방관자에서 소신을 따라 성장한다는 지극히 진부한 설정으로 인해 그 노력이 빛을 바랜다.
역대급 악역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유선 역시 따스한 온기부터 서늘한 눈빛, 소름끼치는 폭력성까지 두 얼굴의 엄마 지숙을 혼신의 연기로 표현하지만 그저 평면적이고 늘 봐오던 캐릭터로 분노를 자아낼 뿐이다. 고수희 서정연 원현준 그리고 김보연 등 연기파 조연들이 섬세한 열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양념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전형적인 인물들의 더 정형적인 대치. 과도하게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의 연속으로 인해 불편함의 수위는 점점 커지고, 단지 가해자를 벌하는 것이 아닌 보다 근원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사고의 시간을 오히려 줄어든다.
반대로 이것을 해결해가는 방식, 학대를 받은 아이가 상처를 치유해 가는 여정은 과도하게 감상적이어고 드라마적이어서 몰입은 자연스레 끊긴다. 안타깝고도 답답한 차가운 현실과 쌩뚱 맞도록 판타지와 같은 결말이 제대로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 |
안타깝게도 불편함에도 기억해야 할, 아프지만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의 문제임을 자연스럽게 전달하지 못한다. 불편하고도 지루한, 경각심 보단 찜찜함이 진하게 남는, 잊고 싶은 무엇만이 남을 뿐이다.
영화는 5월 22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