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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상영작 ‘프랑스의 길 위에서’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로맹 구필 감독이 연출한 러닝타임 139분 다큐멘터리 ‘프랑스의 길 위에서’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섹션에 초청됐다. 마스터즈는 거장들의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으로, 올해는 라틴 아메리카와 동유럽 등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영화를 선보이며 관객과 소통한다.
로맹 구필은 68혁명 당시 학생 그룹의 리더였던 다니엘 콩방디와 함께 프랑스 전역을 여행한다. 68혁명 투사로 불리는 다니엘 콩방디는 이후 독일로 추방된 바 있는 유대계 독일인으로, 영화 초반 스탠드업 코미디언 뺨치는 재치로 활기를 불어넣는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죽은 뒤 화장장에 상영할 영상을 찍겠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섞인 장난기와 진심이 뭉클하기도 하다. 로맹 구필은 장 뤽 고다르와 로만 폴란스키의 조감독 생활을 했으며 ‘서른 전에 죽다’(1982)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바 있다.
‘프랑스의 길 위에서’는 두 사람이 만난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항만 근로자, 아이스크림 공장 근로자, 제빵사, 젖소 농장이나 돼지 농장 주인 등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자신 혹은 지역 공동체 입장에서 프랑스 사회를 반추한다. 누군가는 프랑스에 대해 “정말 불안한 나라”라고, 또 다른 이는 “프랑스는 병들었다고 해도 좋다”고 비판한다. 그런가하면 혹자는 “나는 소수파이지만 다수파 의견에 표를 던졌다”며 다소 무기력한,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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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상영작 ‘프랑스의 길 위에서’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사이 프랑스의 과거와 현실은 자주 교차한다. 여기에 희망, 걱정, 환희, 불안도 불쑥 얼굴을 내보이며 지극히 정치적인 이야기로 심도 있게 번져간다. 영화 중후반부 중심이 되는 주제는 프랑스의 난민허가다. 프랑스에 들어온 난민들의 정착을 돕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전해듣는 현실은 오히려 덤덤해서 슬프다.
종반부에는 완전히 정치적인 다큐멘터리가 된다. 영화 내내 의도치 않은 유머를 선사하던 다니엘 콩방디의 얼굴에 진지함이 드리우면서부터다. 다니엘 콩방디와 로맹 구필은 열댓 명의 극우파와 저녁 식사를 하는데, 로맹 구필의 목소리는 개입되지 않고 오직 다니엘 콩방디만 그들과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명확한 답은 없다. 두 사람은 이 정치적인 이야기가 영원히 답을 찾지 못할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희망을 위해 길을 나섰다. 이 두 명
한편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전주=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