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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절의 실패다. 온갖 좋은 재료들을 썼지만, 만들고 나니 정작 어떤 게 들어갔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한 불향만 남았다. 남은 건 한 줌 마블리 뿐.
앙상블을 파괴시킨, 선택과 집중이란 없는, 밸런스를 완전히 깨부순, 오로지 마동석의,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마블리 히어로 ‘악인전’이다.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은 조직 보스와 강력반 형사,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들이 공동의 적을 잡기 위해 손을 잡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중부권을 장악한 조직의 무적 보스(마동석), 그리고 접촉사고를 가장해 그를 건들인 연쇄살인범. 살인범을 잡기 위해 공조해서는 안 될 조폭과 손을 잡는 형사(김무열). 보스와 형사는 먼저 잡는 사람이 놈을 갖는다는 조건을 내건 채 서로를 이용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영화는 이 흥미로운 설정을 제대로 살리지도, 쫄깃하게 끌고 나가지도 못한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로 전개는 늘어지고 저마다 다른 색깔로 다채로운 긴장감을 선사했던 초반부와 달리 중반부 이후로는 무게 중심이 과도하게 마동석에 쏠리면서 캐릭터 무비의 핵심인 앙상블은 깨지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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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구멍 없는 열연이 안타까울 정도로 영화는 마동석에 대한 과도한 애정으로 극 전체의 밸런스를, 그 외 많은 것들을 과감히 희생시킨다. 조금만 욕심을 내려놨어도 차별화된 장점이 많은 작품인 만큼, 그 완성도에 적잖은 실망감이 남는다.
‘범죄도시’는 단순하지만 선택과 집중에 충실한 똑똑하고도 알찬 연출로 확실한 색깔을 보여줬다. 반면 ‘악인전’은 우월한 무기를 대거 장착했음에도 초심을 잃은 과도한 자신감 탓인지 여기저기에 난사하기만 한다. 결국 살아 남은
다만 역대급 마동석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열광할듯하다. 마블 히어로는 아니지만 마블리 히어로를 만날 수 있다는, 타격감 있는 그의 액션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오는 1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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