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어제의 형제가 오늘의 경쟁자가 됐다. 코믹 영화 ‘부라더’로 신선한 케미를 뽐낸 마동석 이동휘가 각각 ‘악인전’과 ‘어린 의뢰인’으로 맞붙는다. 형이 먼저, 한주 뒤 아우가 그 뒤를 잇는다. 이들의 극한 도전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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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권을 장악한 조직의 무적 보스(마동석), 그리고 접촉사고를 가장해 그를 건들인 연쇄살인범(김성규). 살인범을 잡기 위해 공조해서는 안 될 조폭과 손을 잡는 형사(김무열). 보스와 형사는 먼저 잡는 사람이 놈을 갖는다는 조건을 내건 채 서로를 이용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칸에서 주목할 정도로,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일찌감치 확정됐을 정도로 영화의 이 같은 설정은 흥미롭다. 마동석의 타격감 있는 액션과, 기존 ‘마블리’를 벗어던진 묵직한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하루가 달리 해외에서 점점 더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한국 영화가 자랑스럽다. 그 위상을 알리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영광”이라는 그의 말처럼, “관객들에게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재미를 선사하고 싶다. 다양한 도전을 통해 언젠가 좀 더 큰 의미의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그의 진심이 담겨 (작품에 대한 아쉬움과는 별개로) 스크린 속 그의 열연을 이번에도 빛을 발휘한다.
다만 아쉬운 건 메가폰이다. 이 흥미로운 설정을, 구멍 없는 배우들을 한 데 모아놓은 명품 캐릭터 무비의 가능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 주요 캐릭터가 세 명이나 되지만 마동석이 연기하는 ‘동수’에 대한 설명이 과도하게 많은 데다, 곳곳의 불필요한 군더더기로 전개는 늘어진다.
다행히 이야기가 본격화되자 세 캐릭터는 저마다의 색깔로 다채로운 긴장감을 선사하지만 이마저도 중반부 이후로는 또 다시 무게 중심이 과도하게 동수(마동석)에 쏠리면서 앙상블은 깨지고야 만다.
영화는 르와르적 매력을 가득 품은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과도하게 스토리를 분산시킨 이유로 목적을 달성시키지 못한다. 핵심 사건에서 빗겨있는 조폭 세계는 동수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이해시키는 구실만 할 뿐, 르와르적 매력을 기대하기엔 흡입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핵심 사건의 스릴러적 재미는 반감되고 연쇄살인범인 김성규의 존재감도 베일이 벗겨질수록 투상적이고 일차원적으로 그려진다. 윈-윈이 아닌 서로에게 독이 된, 선택과 집중의 실패인 셈이다.
감독이 지나치게 동수에 기댄 탓에, 혹은 과도한 애정을 부운 탓에 극 전체의 밸런스는 깨져버린다. 법적 허점, 경찰의 부실 수사 등을 겉핥기로 다루면서 정태석(김무열)의 존재감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동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책임이 부여된다. 영화의 장점들은 이로 인해 옅어지고 배우들의 미친 에너지는 줄어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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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경북 칠곡에서 있었던 일명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오직 성공이 인생 최대 목표인 변호사 정엽(이동휘)을 통해 아동학대 문제를 총제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주변에 무관심한 정엽을 매일 같이 찾아오는 ‘다빈’과 ‘민준’ 남매. 이들은 계모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기대는 아이들이 귀찮기만 한 정엽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대형 로펌에 합격하면서 그들의 불행을 외면 한 채 서울로 향한다.
그리곤 얼마 뒤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듣게 된다. 10살 소녀 ‘다빈’이 그토록 우애가 깊었던 7살 남동생을 죽였다는 충격적인 자백. 뒤늦게 미안함을 느낀 정엽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다빈의 새 엄마인 지숙(유선)의 숨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인생을 건다.
영화는 상처 받은 어린 소녀의 공포에 질린 자백을 소재로 소녀가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어른과 진실을 감추려는 어른,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어른들을 의심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주변의 포괄적 관심을 강조한다.
그동안 남다른 개성과 내공으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 온 이동휘는 이번 작품에서 굴곡진 인물의 내면을 절절하게 연기해낸다. 가슴이 아닌 머리로, 주변을 돌아볼 생각이 아예 없는 우리의 어떤 상징에서 보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여정을 진심을 담아 완주한다. 기존의 유쾌하고도 개구진 이미지를 벗고 웃음끼를 쫙 뺀 그의 모습은 신선하다. 법정신에서 거침없이 분출하는 감정 연기는 또 어떻고.
다만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가 모두 그러하듯 (작품에 대한 진심과는 별개로)잔혹한 현실을 영화 옮기는 과정은, 그것의 변주를 통해 깊은 울림과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
그 불편하고도 잔혹한 질주의 끝은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감동으로 마무리된다. 현실과 판타지의 급격한 만남처럼 그 흐름은 어색하고도 적잖은 이질감을 선사한다. 실제로 이 사건으로 계모가 실형을 선고 받긴 하지만 그것 만으로 현실이 전혀 바뀌지 않았고, 영화에서 지적한 각종 문제 의식에 비해 그것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지극히 안이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형적인 인물의 전형적인 대치 그리고 진부한 전개. 과도하게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의 연속으로 불편함의 수위는 점점 커진다. 단지 가해자를 벌하는 것이 아닌 보다 근원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사고의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고야 만다. 무엇보다 피해 아동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상은 경각심이 아닌 신파를 위한 과도한 감성적 장치로 느껴져 진정성조차 반감시킨다.
어른들의 무관심, 아동학대를 둘러싼 법의 허점과 각종 비성숙한 우리의 의식들 등 많은 이야기들을 건들지만 깊이 있게 파고들진 못한다. 기존의 비슷한 장르나 소재의 작품들에 비해 특별히 차별화 된 강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메가폰의 한계와는 별개로 이 같은 영화가
작품에 대한 아쉬움 별개로 그럼에도 어려운 여정을 택한, 결과와 상관 없이 온 힘을 다 해 뛰어든 마동석 이동휘의 용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