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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회 디아스포라 영화제 포스터 사진=디아스포라 영화제 |
제7회 디아스포라영화제(운영위원장 임순례 감독)가 24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총 5일에 걸쳐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아트플랫폼인 일대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배우 조민수와 장성규 전 JTBC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다.
‘디아스포라’는 ‘흩뿌리다’ 또는 ‘흩어지다’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당초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유대인의 흩어짐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접어들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발생하는 추방, 난민, 이민 등 다양한 형태의 이주로 확장된 게 사실이다. 여기에 주류의 기준에서 벗어난 다양한 소수자의 삶과 차이의 가치를 성찰하는 담론으로 확장됐다.
올해 디아스포라영화제의 30개국 총 64편 상영작 중 개막작은 탈북 난민을 향한 한국 사회의 편협한 시각과 차별의 문제점을 화두로 던지는 ‘은서’(감독 박준호)가 선정됐다. 열일곱 살 때 혼자 남한에 온 북한 함흥 출신 주인공이 모친과 재회하며 부딪히는 차별에 대한 고민이 치열한 작품이다. 폐막작은 예멘 출신 감독 수피안 아볼룸의 ‘집으로 가는 길’이다. 예멘 난민 캠프의 절친 라이스와 타리크를 통해 영화제의 지향점인 ‘공존’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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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은서’ 스틸컷 사진=디아스포라영화제 |
어느덧 일곱 살이 된 만큼 이번 영화제는 더욱 다양한 작품들과 아카데미로 내실을 다졌다. 우선 ‘사이를 잇는’을 키워드로 내건 디아스포라 월드와이드 섹션은 선주민과 이주민의 공존을 고민하는 영화가 대거 포진되어 있다. 필리핀 출신 가정부와 홍콩 선주민 장애인의 유대를 그린 ‘스틸 휴먼’(감독 올리버 시 쿠엔 찬), 불법체류 중국인을 제자로 거두는 일본 선주민 요리사의 태도가 담긴 ‘바람나무는 거문고처럼’(감독 케이 치카우라) 등이 이런 경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 국내 개봉해 큰 반향을 일으킨 ‘가버나움’(감독 나딘 라바키)도 이번 영화제를 통해 다시 한 번 넓은 스크린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민감하고 무거운 국제·사회 이슈를 모른 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깥으로 들춰내고 끄집어내서 담론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 뚝심이 담긴 섹션이 바로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다.
지난해 예민 난민 561명이 제주도에 입국했고, 이는 한국 사회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찬반양론을 펼치며 극심하게 대립했으며 그 안에서 여러 억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영화제는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섹션을 통해, 그리고 예멘 난민을 통해 제주에 담긴 흩어짐과 공존의 역사를 되짚는다. 제주와 예멘의 상흔이 만들어낸 ‘결혼 10일 전’(감독 아므르 가말), ‘가족’(감독 닐 조지), ‘돌-아-가’(감독 현우민), ‘예멘, 침묵의 카오스’(감독 프랑수아 자비에 트레잔), ‘해녀 양씨’(감독 하라무라 마사키) 등 총 11편의 영화가 어렴풋이나마 해답을 제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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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버나움’ 스틸컷 사진=디아스포라영화제 |
오직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만 최초로 만날 수 있는 영화도 8편이나 된다. 개막작 ‘은서’를 비롯 독일이 유럽 난민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템펠호프 공항의 꿈’과 ‘스틱스’, 이란 동성애자 이주민과 멕시코 선주민 호텔 지배인의 우정을 담은 ‘반딧불이’, 일본인 할머니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유키코’, 홍콩계 미국인 가족의 화해 과정을 담은 ‘이지를 위하여’, 도널드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 대한 ‘삶을 찾아서’, 그리고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예멘 대표작으로 출품된 ‘결혼 10일 전’ 등이 국내 관객들에게 최초 공개된다.
매년 관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자랑했던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재일조선인 2세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현대법학부 교수의 강연과 다채로운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무엇보다도 목숨을 걸고 예멘을 탈출해 제주에 입국한
관객들과 만나는 난민들은 모두 초청작인 닐 조지 감독의 ‘희망’ ‘열정’ ‘가족’ 연작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바 있다. 당사자들의 입과 마음을 통해 듣는 진솔한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