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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자’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청년경찰’(2017)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의 신작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강렬한 악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 분)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청년경찰’은 개봉 당시 565만 관객을 모으며 여름 극장가를 달궜던 김주환 감독과 박서준의 재회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사자’다.
영화는 시작부터 용후의 전사를 갈고 닦는다. 용후의 엄마는 아들을 낳다가 세상을 떠났고, 가족을 끔찍이도 생각하던 경찰관 아빠는 근무 중에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보이는 용후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중환자실에 누운 아빠를 살려달라고 신에게 기도하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아빠까지 잃은 어린아이는 자신이 믿던 신을 향한 반감 혹은 그보다 더 어두운 감정을 지닌 채 성장해 세계 제일 가는 격투기 챔피언이 됐다. 이후 필연적인 일로 안신부와 만나게 되고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며 구마를 행한다.
어릴 적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위해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감정이 안신부를 만남으로써 다시 싹트는 게 용후의 행동 변화에 가장 큰 동기다. 이때 등장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안성기라는 배우의 기용은 ‘사자’가 가장 잘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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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자’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김주환 감독은 용후의 심리를 구축하기 위해 그의 전사에만 오프닝 15분을 할애한다. 영화의 톤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프닝을 인물의 어린 시절으로만 구성한 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용후에게 벌어질 기이한 현상과 안신부를 만나 겪는 변화를 관객에게 안정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보험과도 같은 오프닝이다. 어느 정도 안전한 초석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니 당연한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영화가 주장하는 백미는 당연히도 용후, 즉 박서준이다. 용후는 검은 의상을 입고 검은 오토바이를 탄 채 악을 물리치러 떠난다. 이때 비장하고 웅장하게 깔리는 음악은 ‘사자’가 히어로물이라는 걸 새삼스레 상기시키기까지 한다. 마치 갑옷과 같은 사제복을 입고 성흔이 있는 손을 무기 삼아 빌런인 지신과 치열한 혈투를 벌이는 용후의 모습은 모자람 없는 히어로다. 용후가 믿음이라는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안신부에 대한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저절로 생긴 정의감 때문에 악을 물리치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히어로처럼 느껴지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사자’는 결과적으로 애매한 영화가 됐다. 오컬트의 외피를 두르긴 했는데 오컬트는 아니다.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기묘함도 공포도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액션이라고 하자니 썩 인상적인 액션이 많은 건 또 아니다. 이건 ‘사자’가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묘한 느낌을 풍기는 영화라서가 아니라 이것저것 모아놓느라, 여기저기 손을 뻗느라 애매한 시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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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