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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미가 보통의 얼굴 '82년생 김지영'으로 돌아왔다. 제공|매니지먼트 숲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정유미(36)가 우리 주변의 인물 김지영으로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들고 가을 스크린을 두드린 정유미를 만났다.
정유미는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에서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지금을 살아가는 김지영을 연기했다. ‘82년생 김지영’은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가 알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도 몰랐던 김지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유미는 영화에 대해 “원작과 결이 비슷하게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의 의미나 이야기들을 훼손하지 않고 소설과는 다르게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유미는 ‘82년생 김지영’의 시나리오를 덮고 나서 가만히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읽다가 덮는 경우도 있고, 엄청 고민되는 것도 있다. 이 이야기는 덮고 나서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디에 있는지, 어떤 딸인지 하는 생각이 들고 미안한 마음도 들더라. 그런 생각들이 천천히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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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미가 실제로는 무심한 딸이라고 고백했다. 제공|매니지먼트 숲 |
시나리오를 먼저 읽고, 촬영 전 원작 소설을 읽었다는 정유미는 “지영에 대한 공감보다 사람에 대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지영이처럼 결혼도 안 했고 육아도 해보지 않았다”며 “배우라는 일을 하면서 다른 인물을 연기할 때도 있고, 표현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이 이야기로 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관객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저는 가족들에게 무심한 편이에요.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오래고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가까이 있는 친구들이 더 가족 같은 느낌이죠. 가족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지금의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요. 제 일을 잘 이해해줘요. 맨날 문자는 하는데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말 대신 하트 이모티콘 보내는 무심한 딸이죠. 가족들에게 개봉하는 날짜도 말 안 했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고, 어떻게 볼지 정말로 궁금한 영화예요.(웃음)”
보통의 인물을 연기하는 부담은 없었을까. 정유미는 “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그런 부담은 있었다.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잘 해내야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가져야 하는 책임감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정유미는 실제 두 아들의 엄마이자 워킹맘인 김도영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역할에 몰입했다. 그는 “내가 선택했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감독님이 섬세하게 알려줬다. 아기를 안는 방법이나 손목 아대 같은 디테일을 알려줘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영화 ‘도가니’, ‘부산행’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공유와는 “편안했다”고 말했다. 정유미는 “오빠랑 촬영을 같이 한 날이 많지 않다. 오히려 아기랑 함께한 시간이 많다”며 “회사 간 아빠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빠가 촬영장에 오면 반가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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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미는 세 번째 영화 호흡을 맞춘 공유에 대해 "편안했다"고 말했다. 제공|매니지먼트 숲 |
언론시사회 당시 정유미는 젠더 이슈로 인해 악플 세례를 받은 것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며 “용기를 내야 할 일은 따로 있다”고 했다. 정유미는 “제가 해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에 방해가 될 것 같아 개봉 전 이슈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을 안 해봤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배우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해내야 하는 일은 연기다.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진짜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다. 그런 목소리를 내는 분들을 존경하고 감동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다짐하는 건 내가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진심으로 배우라는 직업 안에서 표현해야 하는 걸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취준생의 이야기를 담은 ‘내 깡패 같은 애인’(2010),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그린 ‘도가니’(2011) 등에 출연한 정유미는 ‘사회적인 책임감’이냐는 질문에 “모순적인데, 그 작품을 하고 나서 관심을 갖게 시작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꼭 하고 싶어서 했던 건 아니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고, 그 당시 주어진 것을 했다. 하면서 반성도, 생각도 많이 했다. 내게 온 게 감사했다. 특히 ‘도가니’는 실화라 걱정되기도 했다. 혹시 상처를 끄집어내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내가 몰랐던 이야기들이 있었고, 내가 잘 연기해서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많은 관객이 공감해주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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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미는 연기로 교감하고, 공감하고 싶다고 밝혔다. 제공|매니지먼트 숲 |
정유미는 ‘교감’과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하며 배우라서 행복하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이 있지만, 연기할 수 있어 감사해요. 잘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고, 그걸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촬영장에서 좋은 사람들이랑 함께 하는 게 좋아요. 물론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지나고 보면 힘들었던 부분도 제 안에 쌓여서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skyb184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