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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옥은 ‘우아한 가’로 제2의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표현했다. 제공 ㅣ제이와이드컴퍼니 |
(인터뷰①에 이어)
사진촬영이 진행되지 않는 인터뷰였지만, 배종옥은 눈에 확 들어오는 파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좀 튀는 듯한 색깔, “의외의 의상”이라는 질문이 나왔다.
“제가 옷에 욕심이 많아요. 옷을 고르면 주변에선 ‘언니 그렇게 센 옷을?’ 이런 반응이에요. 독특한 것도 많이 입어요. 드라마에선 아줌마 역할을 많이 하니까 제 색깔이 잘 안 보였던 것 같아요. 과하지 않은 반짝이, 과하지 않은 꽃무늬, 심플하면서도 포인트가 들어간 옷을 좋아해요.”
배종옥은 패션을 주도했던 ‘차도녀’ 1호 배우다. 드라마 ‘여자의 방’ ‘목욕탕집 남자들’ ‘욕망의 바다’ ‘거짓말’ 같은 작품에서 자유분방한 현대 여성을 연기했다. 언젠가부터 그의 필모그래피는 자기주관이 확실한 캐릭터, 당찬 여성으로 채워졌다. 지난 8월 종영한 tvN ‘60일, 지정생존자’에서는 여성 정치인들의 롤모델인 야당 대표 윤찬경을 연기했다. 그래선지 팬들의 대부분도 여성이었다.
그는 “작가들이 날 통해 여성들을 대변하는 대사를 쓰기도 했다”며 “남자들이 저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도 했고 여러 캐릭터에 도전해왔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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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옥은 연예계 대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도 전했다. 제공ㅣ제이와이드컴퍼니 |
그 역시 ‘우아한 가’로 “제2의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표현했다. “이렇게 오래 하다 보면 기본만 가도 잘하는 건데, 누가 나한테 배종옥이 새로워졌어 하기 쉽지 않다”며 쉼 없이 달려온 지난 35년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지금도 여전히 중심에 서 있는 배우지만 “오래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과연 출구는 어딜까, 목표는 뭐지, 이런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한제국’은 그런 면에서 “새로운 열정을 느끼게 한” 캐릭터였다.
배종옥은 앞으로 한국 영화, 드라마의 캐스팅 문화도 바뀔 것이라 기대했다.
“영화는 남자 배우 위주이고, 여자 배우는 성적인 상징으로 아직도 많이 등장한다. 앞으로는 변화하지 않겠나. 오래 한 만큼 한국 드라마가 많이 발전했지만, 현장도 똑같이 세계화로 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을 이었다.
“예를 들면 예의 때문에 기분이 상할 때가 있다”고 말을 꺼낸 그는 “현장에서 인사도 안 하고 왜 그렇게들 도착하면 밴에만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 와서 대사도 맞춰보고, 왔다갔다 하면서 얘기도 하고 그러면서 드라마를 만드는 게 아니냐. 그런 게 씁쓸할 때가 있다. 몰라서 못한다면 선배들이 알려줘야 한다 생각한다. 그냥 놔두는 것 역시 선배들의 비겁한 방관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도리를 가르치는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나도 그런 경우엔 얘길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연예계 대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도 전했다. 먼저 최근 온 국민을 비통하게 한 설리의 비보를 잠깐 언급하며 인터넷에 자신과 관련된 글을 보지 말라고 하고 싶다”며 “악플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고통 받는다. 인간은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게시판도 보지 말아라”고 충고했다.
이어 “나를 변화시키든지, 나를 변화시키고 싶지 않다면 남들이 자신에게 하는 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마음공부를 하든지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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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옥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10년째 얘기해도 섭외가 잘 안온다”며 코미디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제공ㅣ제이와이드컴퍼니 |
“‘목욕탕 집 남자들’ 할 때 김수현 선생님께 ‘멜로가 안 된다’는 말을 들었죠. 이후 멜로를 극복한 작품이 ‘거짓말’이었고요. ‘천하일색 박정금’에서 경찰을 하면서 멜로도 보여줬어요. 지금 나의 공부는 코미디에요.”
작품을 하지 않을 땐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한다
“가끔은 땡기거나 보톡스도 맞겠지만 너무 과한 걸로 불편함은 주지 말자, 잘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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