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뿌리도 가지도 없는데 떨어진(성분 불명의) 열매만 가득하다. 탐스러운 외관에 뭣 모르고 한 입 베어 물었더니 2시간 내내 가는 길이 험하다. 배우들의 열연이 아니었다면 완주하기 힘들었을, 난폭하고도 난해한 영화, ‘신의 한 수: 귀수 편’(감독 리건)이다.
2014년 개봉한 ‘신의 한 수’의 주인공 태석(정우성 분)이 찾아나서는 전설의 인물, 귀수(권상우 분)의 전사를 다룬 스핀오프 영화인 ‘신의 한 수 : 귀수 편’(이하 신의 하수2)은 하나 뿐인 피붙이인 누나를 잃은 귀수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에서 살아남은 뒤 최후의 복수를 하는 내용을 그린다.
‘내기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는 태생부터 ‘타짜’ 시리즈와 비교됐던 바, 최근 ‘타짜3’가 극명한 호불호 아래 본전치기 문턱에서 퇴장한 가운데 ‘신의 한수2’는 어깨가 더 무겁다. 전작과의 비교는 기본, 경쟁 시리즈와의 차별화까지 꾀했지만 어려운 과제를 시원하게 풀진 못한 듯하다.
신파 중에서도 가장 진부하고 불편한 설정으로 시작해 드라마틱한 복수로 끝나는 이 여정은 어쩐지 기대만큼 통쾌하지 못하다. 오히려 과도한 미화로 오글거리는 장면이 적잖게 등장하고 일차원적 폭력의 향연은 피로감을 더한다.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등급이 놀라울 정도로 잔혹하다. 대중적 오락용에 올인해 한껏 외관을 키웠지만 내실 다지기엔 지나치게 소홀한 탓에 전작의 세계관 또한 난해해진 것.
형형색색의 액션과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열연 덕분에 숨통은 트이지만 주요 캐릭터들은 ‘타짜’ 캐릭터들과 유사하고, 차별화를 둔 외톨이(우도환 분)이나 장성무당(원현준 분)은 과도하게 튀어 이마저도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이 세계만의 에지 있는 룰도, 바둑액션의 독특한 긴장감도 깊이감 있게 살리지는 못했다.
어떤 면에서는 분명한 업그레이드다. 언뜻 보면 그럴싸하고 강렬한 에너지 덕분에 어떤 구간에서는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여정은 불편하고 고되다. 폭력적인 도장 깨
기의 연속에 ‘그럴만한’ 공감의 요소가 지나치게 얄팍하다.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까지 연이은 흥행 대박으로 최고의 한 해를 맞은 CJ엔터테인먼트의 첫 위기가 될지도 모를, 불안한 아우의 도전이다. 11월 7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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