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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두 돌이 갓 지난 딸을 키우는 장진희(32, 경기도 성남시)씨는 요즘 항균제품 구입에 지출하는 비용이 늘었다. 아이가 콧물을 자주 훌쩍이는 것을 보고 계절 감기라고만 여겼는데, 감염성 비염일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주변 환경에 대해 부쩍 예민해진 그는 최근에는 아이가 매일 가지고 노는 인형에서도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듣고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기 어려웠다.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세균은 대부분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유아나 환자, 노인 등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요즘과 같은 날씨에는 더욱 세균의 번식력이 높아져 주의가 필요하다.
◆ “세균, 네 정체가 뭐니?”
세균은 인체온도 37℃와 비슷한 여름철 고온에서 가장 기승을 부리며, 비가 오지 않는 여름날 평균습도인 50%보다 30~40% 정도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이 수가 더욱 급증한다.
대표적인 화농균으로 알려진 포도상구균은 모양이 포도송이와 같이 생겼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상처나 여드름 등에 염증을 일으키며 아토피 피부염의 중요한 악화 인자로도 알려져 있다. 요즘 같이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는 음식 속에서 번식해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람이나 동물의 장 속에 사는 세균으로 특히 대장에 많은 대장균도 있다. 이 균은 장 속에서는 병원성을 나타내지 않지만 장 이외의 부위에 들어가면 방광염, 패혈증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 중 대장균O157로 잘 알려진 장출혈성대장균(EHEC)은 최근 독일과 스페인 등 유럽에서 1000여명이 감염돼 1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감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 “우리는 ‘세균’ 속에 살고 있어요”
세균이 일으키는 질병은 음식물이나 신체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개인의 위생이나 음식 조리법에 대한 주의만 기울이면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휴대폰이나 변기보다도 섬유 속에 90배나 많은 세균이 서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세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천종식 서울대학교 생명공학부 박사팀은 교복, 베개처럼 섬유로 만들어진 제품에서 화장실 변기보다 더 많은 양의 세균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교복에서 가장 많은 세균이 검출됐는데(755CFU/㎠) 이는 변기에서 검출된 9.2CFU/㎠의 82배 이상이나 되는 수치였다.
또한 유치원 가방에서는 199.6CFU/㎠의 세균이 발견됐고, 어린이들이 자주 가지고 노는 인형에서도 44.2CFU/㎠의 세균이 검출돼 핸드폰이나 변기 보다 30배 이상 많은 세균이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세균, 면역력 약한 사람은 더 조심하세요”
섬유 속에서 30종 이상의 기회감염성 세균이 발견된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회감염성 세균이란 정상인에게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환자나 노약자, 유아 등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미생물이다.
교복과 신발 등에서는 균혈증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의 일종인 스태필로코커스 와르네리 가 검출됐다. 게다가 유아들이 자주 사용하는 어린이 인형에서는 노카르디아증을 유발하는 노카르디아 노바가 발견되고 유모차와 가방에서는 패혈증을 일
천종식 박사는 “기회감염성 세균은 정상인에게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환자나 노약자, 유아 등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경우에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섬유 제품의 청결한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경진 매경헬스 [nice2088@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