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살이 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단지 추석명절의 풍성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가을만되면 넘쳐나는 식욕으로 1~3kg는 훌쩍 살이 찌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주위 환경온도가 저온일 경우, 고온보다 식욕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가을에는 기온이 낮아지면서 식욕이 증가하기 쉽다. 여름보다 체온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포만감을 느끼게하는 포만중추에 대한 자극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을 때 열을 발생시키면서 포만중추를 자극해야 먹기를 멈추게 되는데, 체온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포만중추가 자극되는 온도까지 도달하려면 먹는 양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더워서 입맛이 없다고 하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다. 조금만 먹어도 이미 체온이 포만중추가 자극되는 온도까지 상승돼 있기 때문에 쉽게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가을은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라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많아져 섭식중추가 자극받아 식욕이 늘어난다. 가을마다 그러했듯이 '가을이 되니 식욕이 증가한다'는 심리적 믿음 자체 역시 가을의 식욕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 식욕을 줄이는 현명한 식습관
왕성해지는 식욕을 줄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방법은 있다.
첫 번째, 단백질 음식 섭취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단백질 음식을 섭취하면 1시간 정도 후 대사율이 높아지기 시작해 몇 시간 씩 우리 체온을 높게 유지시킨다. 따라서 우리 포만중추가 자극되는 시간이 길어져 공복감을 덜 느끼게 된다. 포만감을 유지시키는 시간은 단백질이 가장 길고, 탄수화물, 지방 순이다.
두 번째, 복합탄수화물을 먼저 섭취해야 한다. 설탕, 시럽, 흰 밀가루, 흰 쌀 등 정제된 탄수화물은 혈당을 급격히 올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 분비를 강하게 자극해 혈당이 빠르게 오른 만큼 빠르게 떨어뜨리면서 배고픔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포도당 합성을 억제하는 술이나 고탄수화물, 고당분의 결정체인 탄산음료 등을 먹은 후 유난히 허기가 빨리 느껴져 초콜릿, 국수, 라면 등 탄수화물 음식을 찾게 되는 경험을 하는 이들도 많다.
조정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로 음식 섭취 전보다 혈당이 더 떨어지면 이를 막기 위해 우리 몸에서는 글루카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혈당을 올리기 위해 다시 단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을 만든다”며, “추석상에서도 두부, 고기, 나물 등을 먼저 먹고 밥, 떡 등을 먹는 순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 번째,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 방안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침, 점심식사는 거의 못하다가도 저녁식사량이 늘어나는 직장인들이 많은데, 하루종일 스트레스를 받은 뒤 긴장이 풀어지는 저
퇴근 후 스트레스를 술로 풀거나 집으로 바로 귀가해 배가 터질 만큼 먹고 자는 것 보다는 적당한 취미와 운동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외부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일찍 하고 적절한 취미활동을 하다보면 식욕도 줄어들고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예림 매경헬스 [yerim@mkhealth.co.kr]